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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정리법 !!

김성완의 블로그 2010. 7. 31. 08:38

가계부 정리법

 

 

새해가 되면 대개 남성은 '금연을 하겠어', 여성은 '가계부를 쓰겠어'라고 굳게 다짐합니다. 그러나 3일을 못 가서 도루묵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굳은 결심이 왜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걸까요? 가계부를 오래도록 꾸준히 쓰는 비결은 없는 걸까요?

'살림왕'으로 등극한 한 주부의 비밀 이야기

가계부를 적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자산관리의 절반은 성공한 겁니다
올해 결혼 5년 차인 전업주부 Y씨는 결혼 전부터 꾸준히 가계부를 적어왔습니다. 물론 미혼 때는 용돈기입장에 불과했지만요. 그러나 금년 새해에 가계부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하네요. 그 계기는 연말의 남편 회사 입사동기 송년 가족모임이었습니다.

모임 중에 살림살이이 주제가 되어 모인 사람들 간에 열띤 토론의 장이 열렸답니다. 한결같이 그 많던 월급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는군요. 그리고 모두 똑같은 통장을 하나씩 갖고 있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고 합니다. 바로 1천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 이런 점까지도 입사동기답네요.

그런데 유일하게 동조하지 못한 커플이 바로 Y씨였답니다. 일단 보험을 빼고도 연금과 펀드로만 모은 돈이 5천만원이 넘고요, 내년에는 전세금을 합쳐 방 3칸짜리 아파트 청약에도 도전할 거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마이너스통장은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를 정도로 대출의 필요성도 없었죠.

모임이 끝날 즈음 아내들이 모두 합의해 ‘살림왕’이라는 호칭을 붙여줬다고 합니다. Y씨가 살림왕에 등극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딱 한 가지가 달랐기 때문이죠. 바로 가계부를 쓴다는 점입니다!

‘가계부는 우리 집의 경제 역사책’

사전적 의미에서 가계부란 가정의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장부입니다. 회사에서는 경리부서를 두어 재무제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합니다. 1년 동안의 회사 경영이 어땠는지를 한 장의 종이로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가정경제도 마찬가집니다. 특히 가계부는 한 가정의 경제 역사를 기록하는 수단입니다. 우리가 재미있게 보는 사극도 와 같은 기록물 덕분이겠지요. 정치도 과거의 역사에서 가르침을 얻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 같은 원리로 가계부를 적으면 그 자체로 가정경제 계획이 수립되는 것입니다.

가계부를 쓰면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정작 꾸준하게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이유를 살펴볼까요? 상담을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수입이 적어서 가계부를 쓸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다음에는 "귀찮아서"라고도 하죠. 특히 자영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수입이 워낙 들쑥날쑥해서 월급쟁이처럼 적기도 힘들고 의미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가계부를 안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꿈’이 선명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소위 재무목표라고 하죠. 자녀대학자금, 내집마련자금, 노후자금과 같은 목표와 금액, 시기를 정해 구체적으로 세운다면 가계부를 안 쓸 수가 없죠. 특히 수입이 적을수록, 소득 변동성이 클수록 가계부는 더욱 필요합니다.

‘가계부, 이렇게 써보세요’

가계부는 최대한 단순하고 재미있게 써야 오랫동안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요?

첫째, 저축이나 투자에 대한 지출 계획을 먼저 세워야 합니다. 지금 쓸 돈보다 미래에 쓸 돈을 해당 금융상품에 넣어 월급날 자동이체로 먼저 날려버리세요. 그리고 남은 돈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맞춰 생활해봅니다.

둘째, 영수증을 모두 모아야 합니다. 요즘은 현금을 사용해도 영수증을 발급해줍니다. 그리고 기억에 의존해서는 가계부의 정확도를 기할 수 없습니다. 또 영수증을 모으는 자체가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셋째, 가족 모두 참여해야 합니다. 가장의 용돈, 자녀 문구류 비용처럼 뭉뚱거리는 형식이 아니라 남편 점심값 5천원, 아들 지우개 5백원같이 최소 단위까지 사용 내역을 모두 적어야 효과가 큽니다. 주부 혼자 아무리 아끼고 모아봐야 씀씀이 헤픈 가족 1명의 용돈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쓰는 사람은 힘빠지겠죠.

넷째, 예산 개념이 있어야 합니다. 국가 예산은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격한 논쟁을 하면서 새해 전까지 세우고 통과시키지 않습니까? 가계 예산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월간 총수입에서 총지출이 벗어나지 않게 하고, 총지출 중에서 다시 세부 지출을 할당하는 형태로 사전에 예산을 배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 달 마감 후 어느 항목에서 초과로 지출했는지, 절약했는지를 울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항상 초과 지출되는 항목이 있다면 몇 달 후에는 예산을 늘려잡아야겠지요.

다섯째, 양식을 단순화해야 합니다. 일상생활 자체도 복잡하고 머리 아픈데 가계부까지 신형 휴대폰 사용 매뉴얼처럼 복잡하면 금세 흥미를 잃게 됩니다. 품목은 자세히 적더라도 양식 형태는 왼쪽에 수입 항목, 오른쪽에 지출 항목 그리고 맨 우측은 잔액 정도만 적어도 효과가 있습니다.

이 정도만 지킨다면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뭐든지 재미가 있으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가계부를 쓰지 않는다면 월급을 쓰고 난 다음 저축을 할 것이고, 가계부를 쓴다면 저축부터 한 다음 생활비를 쓰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살면서 오랜 시간이 흐른다면 가계부를 쓰는 사람에게 안 쓰는 사람이 돈을 빌려야 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가계부 관리로 저축을 많이 한 사람은 예금이자를 받을 것이고, 대출을 많이 한 사람은 대출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이죠. 그 중개자는 은행이 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