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천 장호원 복숭아 농가 박순모씨(오른쪽)와 김해철씨가 언 피해로 말라 죽은 복숭아 나무를 보며 얘기하고 있다. | | 르포 / 경기 이천 장호원 복숭아 냉해 현장
“피해조사가 끝난 6월 말 이후에도 계속해서 말라 죽는 나무가 생기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피해가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20일 경기 이천 장호원 노탑리에서 만난 복숭아 농가들은 일손을 잡지 못하고 언 피해로 말라 죽거나 죽어가는 복숭아나무만 망연자실 바라봤다.
예년 같으면 조생종 복숭아 출하에 여념이 없을 때지만 올해는 이상기후에 따른 언 피해가 복숭아 과수원을 휩쓸면서 ‘출하할 복숭아 찾기’가 힘들 정도다.
농림수산식품부가 피해조사 기간을 한달간 연장한 끝에 지난 13일 재해복구 지원대책을 확정해 발표했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내다 팔 물량이 없어
◆아직도 피해는 진행중=1만3,200㎡(4,000평)에 심겨진 복숭아나무 가운데 60% 넘는 나무가 얼어 죽는 피해를 입은 박순모씨(52)는 “지난해 9만장의 봉지를 씌웠으나 올해는 2만장도 못 씌웠다”며 “그나마 봉지 씌운 것 중에서도 나무가 서서히 말라 죽는 게 늘고 있어 실제 수확량은 더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 과수원의 나무 가운데는 언 피해를 입어 몇개의 가지에만 복숭아가 달리거나 잎이 나와 있는 나무가 많았다. 복숭아나 잎이 달리지 않은 다른 쪽은 시커멓게 말라 죽고 있는 것이다. 또 밑동이 썩어 가는 나무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같은 마을의 김해철씨(45)는 “피해 확산을 줄이기 위해 영양제 등 약제를 쳐야 하는데 드문드문 죽은 나무만 빼놓고 뿌릴 수도 없어 전체 과원에 약을 치고 있는데도 하루하루 말라 죽는 나무가 늘고 있다”며 “이런 피해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재해복구비 도움 안돼
◆실질적 지원 필요=정부가 내놓은 피해복구지원책에 대해 농가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김해철씨는 “죽은 나무를 다시 심기 위해서는 굴착기를 동원, 나무를 캐내는 등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데 정부가 지원하는 대파비로는 묘목값 충당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복숭아나무가 얼어 죽은 경우 원상회복까지는 4~5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 정부가 특별경영자금을 융자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농가들은 “결국은 갚아야 할 빚만 늘어나는 것”이라며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최병철 경기동부과수농협작목반연합회 총무는 “정부가 원상회복까지 4~5년 걸린다고 인정해 놓고 특별융자금의 상환기한을 최대 2년으로 못박은 것은 새로 나무를 심고 수확도 하기 전에 빚을 갚으라는 얘기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별융자금의 상환기한을 피해복구기간에 맞춰 4~5년 거치 1~2년 상환으로 거치기간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태 경기동부과수농협 조합장은 “피해재발 방지를 위해 저온에 강한 품종을 확대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며 “피해 농가들이 재기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천=최상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