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털이 가장 많이 박힌 사람은 제주도와 흑산도 중 어디로 유배를 보낼까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거리는 비슷한 대신 제주도는 큰 섬이라 먹을 것도 더 풍족하고 인간관계나 문화도 더 풍요로운 조건이다. 지금도 흑산도는 쾌속선으로 목포에서 2시간 거리이고 도초도까지는 다도해 섬들이 바람막이가 되어주나 특히 도초도 이후 1시간은 풍랑이 심한 먼바다라서 왠만한 사람은 배멀미가 100%이다. 옛날에도 우이도(소흑산도)에서 날 좋은 날로 골라 출발하여 돛단배로 5일이 걸렸다고 한다. 지금도 겨울에는 풍랑이 심하여 흑산도 주민들은 육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에 돌아갈 정도로 생활여건이 매우 좋지 않은 절해고도이다.
정약전은 조선시대 대학자 정약용의 4살터울 위의 형으로 다산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이들 형제는 정조시절에는 촉망받는 학자였으나 정조가 승하하고 정순왕후가 천주교를 탄압하면서(신유박해)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어 유배의 길을 떠난다. 정약전은 한국 최초 천주교 세례를 받은 이승훈이 매형이며 황사형백서의 황사영(능지처참형을 당함)이 조카사위이다. 정약전은 다산보다 더 호방한 성격에 자기 주장이 강하고 서학과 더 밀접하여 다산과 장소를 바꾸어 먼 거리로 유배를 간다.
다산이 쓴 정약전의 묘지명에서 정약전의 흑산도 생활을 엿볼 수있다. "형님은 흑산도로 들어갈 때부터 더욱 술을 많이 마셨다. 상스러운 어부와 천한 사람과 패거리가 되어 친하게 지냈는데 높은 신분이라고 교만을 부리지 않았기에 섬사람들이 좋아하여 서로 다투어 자기집에 있어주기를 원했다."
사람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정약전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환경에서 풍족한 흑산도 어류자원은 호기심이 강한 성격과 딱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자산어보는 해양생물을 155종으로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어류의 형태, 생태, 요리법, 효능 등을 자세히 기술했다. 이는 후세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하는 실학사상이 바탕이 되어 발품을 팔아 현장에서쓴 책이다. 흑산도사람 말에 의하면 손암선생은 다산보다 머리가 월등히 좋아 굳이 기록하지 않고 머리에 다 담아 두었기 때문에 책을 많이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다산처럼 학문에 정진하고 집필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정약전이 후학을 양성한 복성재와 사촌마을 전경>
1일차) 흑산도 육로관광(1시간 30분 사촌서당, 정약전 유배지 등) -> 홍도 해상관광 및 깃대봉 등반
TIP) 흑산도도 해상관광이 있으나 홍도 해상관광이 더 볼만하며, 유명섬들은 개발이 많이되어 야릇한 동경을 안고 가는 사람들은 실망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요즘 트랜드는 섬안의 섬을 방문한다.
- 영산도 명품마을 : 흑산도에서 배로 20분거리로 매스컴에 여러번 소개. 민박 비용도 흑산도와 별반 차이 없으면서도 자연산 회, 어패류와 섬 고유의 적막함과 깨끗함을 누릴 수 있음(부정기선 운항 최성광 010-4098-7335문의)
- 장도 람사르조약 습지보호지역 : 월수금만 하루 두차례 운항 조순석 010-4612-8203문의)
<자산어보 산실이 된 바다 사촌마을 앞 칠형제섬>
2일차) 우이도는 흑산도에 유배온 사람들이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섬으로 다산이 해배가 된 후 정약전은 동생을 맞이하기 위해 우이도로 옮겼다가 유배생활 16년째 되던 해 59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우이도 사람 문순득이 풍랑을 만나 지금의 필리핀까지 표류한 사실을 받아쓴 표해시말을 이 곳에서 저술하였다. 가는방법은 도초도에서 완행 섬사랑호에 탑승하여 산행을 좋아한 사람들은 1안)성촌선착장에 하선하여 산길을 걸어 돈목선착장으로 가는 방법(정약전 유배관련 사적지가 있으나 인적이 드문 섬 산행은 잡풀이 우거져 상당한 정보가 필요하고(비추) 우이도의 유적지는 개발되지 않음)이 있고 2안)돈목선착장에서 하선하여 풍성사구(현재 모래가 많이 훼손됨), 돈목해변을 둘러보는 코스가 있음.
다시짜는 흑산도여행) 내가 다시 흑산도를 여행한다면 흑산도 육상관광 -> 홍도 (해상관광 및 깃대봉 등반) -> 흑산도 -> 영산도 1박 -> 장도 습지보호구역 탐방 (영산도와 장도는 일정에 따라 조정) -> 비금도(그림산, 선왕산 종주하여 하트해변 도착) -> 나머지는 안좌도(퍼플섬) 자은도(백길해변, 무한의 다리) 등 신안 천사대교가 개통되어 배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가능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영산도 코끼리 바위>
사족) 영화 자산어보는 배우 설경구가 정약전으로 등장하는 요즘 보기드문 좋은 흑백영화이다. 창대가 자산어보 집필에 많은 도움을 준 사실외 육지로 나가 벼슬을 하는 등은 모두 작가의 상상력이며, 정약전이 가거댁과 인연을 맺은 것도 창작의 산물. 정약전은 흑산도 호장(지금의 이장)의 딸과 혼인하여 아들 정학소를 낳음. 정약전이 삭힌 홍어가 아닌 생물홍어 맛에 감탄하며 막걸리를 찾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섬 막걸리는 섬 환경상 산약초를 원료로 만든 집 막걸리가 특히 맛있다. 식당에서 집 막걸리를 시키면 색이 약초색이 나는 막걸리를 준다. 나는 섬에 가면 제일 먼저 막걸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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