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혜순씨(47·경기)는 다음 주말부터 일주일 동안 해외여행에 나선다. 그녀는 여고동창생들과 함께 동남아지역 세나라를 다녀올 예정이다. 충북 제천에 사는 안춘자씨(70)도 몇해 전부터 마을 사람들과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매월 곗돈을 부어 왔다. “죽기 전에 우리도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 한번 가 보자”는 뜻에서다.
요즘 농촌에서도 동창회나 마을 단위 친목회 등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해외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곗돈을 붓거나, 환갑 및 칠순을 맞은 부모님께 잔치 대신 해외여행을 보내드리는 자식들도 늘고 있다.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패키지여행을 선호한다. 패키지여행의 특성과 장점을 잘 활용하면 개별여행 못지않은 여행의 재미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빡빡한 일정에, 옵션 강요 등 패키지여행의 폐해가 알려지면서 해외여행을 몇번 다녀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패키지는 다신 안 간다’며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지만 패키지여행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태어나서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는데다,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패키지여행만큼 유용한 상품은 없다. 단, 이때는 패키지여행을 선수처럼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서 여행상품을 고를 땐 각 여행사에서 나오는 상품 카탈로그를 꼼꼼히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특히 예약을 하기 전에 여행일정이나 지역, 경비, 여행보험 가입 여부, 선택관광 등을 잘 살펴봐야 모처럼 오른 여행길에서 낭패를 보지 않는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여행 방식도 다양해졌지만, 몸으로 배우고 체험하며 자유롭게 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자유여행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하지만 자유여행은 자기 일정을 자기 맘대로 조정하는 ‘자유’가 있는 대신 꼼꼼한 사전 준비가 필수다. 개인이 모든 걸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수집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현지에서 일어나는 돌발상황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자유여행자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도 내가 계획하고 내 취향대로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여행은 모든 여행자의 꿈이자, 여행의 진정한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남들보다 좀더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여기저기 둘러보면 자유여행에 관한 유용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자유여행이 크게 늘면서 자유여행과 관련한 인터넷 여행정보 사이트와 여행 책자 등이 구비되어 있어 조금의 수고로도 자기만의 제대로 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자유여행이든 패키지여행이든 외국에 다녀왔다고 모두 해외여행은 아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낀 뒤 그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따라서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요즘, 우르르 몰려다니며 기념사진 찍고 쇼핑하는 것이 고작인 틀에 박힌 여행을 원치 않는다면, 떠나기 전 갈 곳에 대한 정보를 미리 챙기고, 그 나라의 예절이나 간단한 인사말 등을 반드시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처럼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가 잘 통하는 경우도 없기 때문이다.
백연선 기자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