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량 전망치 이번엔 맞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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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저장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최근 잇따라 예상 빗나가 불신 커져…올해 57만t 감소 전망 … “축소 의혹”
올해 쌀 생산량이 1980년 이후 최저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란 통계청의 ‘9·15 작황조사 결과'(본지 10월11일자 1면 보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상기온으로 작황이 좋지 않다'는데는 모든 양곡업계 관계자가 공감하고 있다. 다만 ‘아무리 작황이 나쁘더라도 지난해보다 57만t이나 줄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일부에선 ‘통계청 전망치가 축소 발표된 것 같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신뢰 잃은 통계청 전망치=2007년 10월9일. 당시 농업통계조사 담당 기관이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9·15 작황조사 결과 10a당 쌀 수확량이 전년보다 3.4% 줄어든 476㎏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기자가 “농가들은 잦은 비와 병해충 때문에 소출이 10%가량 떨어질 것으로 걱정한다”고 하자, 농관원 관계자는 “농가들의 엄살이 좀 심하지 않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해 수확량은 1995년 이래 최대 흉작인 466㎏으로 최종 집계됐다.
2008년 10월9일.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농관원으로부터 농업통계조사 기능과 인력을 넘겨받은 통계청은 수확량이 495㎏으로 ‘평년작'이 예상된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현장에선 ‘풍작'이 거론되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11월11일, 통계청은 실수확량 조사결과 ‘사상 최고기록'인 520㎏으로 집계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평년작이 한달 만에 사전에도 없는 ‘태풍(太豊)'으로 바뀐 셈이다.
2009년 10월6일. 통계청은 쌀 생산량이 1년 전보다 16만1,000t 감소할 것이란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돌렸다. 2008년 쌀 문제로 맘 고생이 심했던 농식품부로선 ‘생산량 감소'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소식이었다. 당시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올해는 별 탈 없이 수확기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생산량은 180도 달랐다. 감산은커녕 1년 전보다 오히려 7만3,000t이나 증가한 것. 게다가 10a당 수확량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망치 왜 중요하나=통계청 전망치는 농식품부의 수확기 대책, 그리고 농협과 미곡종합처리장(RPC)의 매입계획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따라서 전망이 크게 빗나갈 경우 시장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최근 통계청의 전망치와 실생산량의 오차를 보면〈표 참조〉, “과연 통계청 발표를 믿어야 하나”란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게 만든다.
2008년 ‘평년작'이란 통계청 전망치를 토대로 매입가격을 높게 책정했던 농협과 RPC는 정작 풍작에 따른 쌀값 하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이듬해에도 통계청의 ‘평년작' 전망을 믿고 매입계획을 세웠던 농협과 RPC는 결국 ‘단군 이래 최대 풍작'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단경기 쌀값이 14년 전 수준으로 폭락, 160여개 농협RPC는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농식품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농식품부는 ‘생산량이 크게 줄 것'이란 통계청의 전망을 토대로 수급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한달 뒤 ‘사상 최대 풍작'이 발표됐다. 농식품부는 부랴부랴 시장격리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산지 쌀값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농식품부는 2년 연속 똑같은 경험을 했지만, 그때마다 “정부(농식품부)가 정부(통계청)를 믿을 수밖에 없지 않냐” “최근 10년간 예상량과 실생산량의 오차는 0.5%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올해 전망치, 어느 수준까지 믿어야 하나=지난 8일 오전 11시쯤 기자들 사이에서는 올해 쌀 예상생산량이 ‘440만2,000t'과 ‘434만6,000t'이라는 두가지 보도자료가 돌았다. ‘434만6,000t'은 통계청이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이고, ‘440만2,000t'은 정부 보도자료를 모아놓은 ‘e(이)-브리핑'에 올라온 자료다.
한시간 뒤 ‘e-브리핑' 자료는 아무런 설명 없이 ‘434만6,000t'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올해 쌀 생산량 440만2,000t 예상”이라고 보도,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440만2,000t은 (공식발표 전) 관계부처 협의를 위해 작성한 자료”라면서 “직원이 실수로 엉뚱한 자료를 ‘e-브리핑'에 올렸다”고 해명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당초 통계청의 예상생산량은 440만2,000t이며,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5만6,000t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또 있다. 통계청은 공식 보도자료에서 ‘전국의 벼 재배지역에서 선정된 6,808개의 표본구역을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e-브리핑'에 올라왔던 자료에는 ‘전국의 벼 재배지 중 표본필지 3,404개에서 조사했다'고 나와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표본필지가 3,404개인 것은 맞다”면서 “다만 표본필지 전체를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필지당 2구역에서 샘플을 채취하므로 표본구역이 2배로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쌀 생산량 조사에 사용되는 표본필지는 2005년 9,000개 → 2006년 4,500개→2008년 4,142개→2009년 3,359개로 계속 줄었고, 이는 통계청 예측이 빗나가는 한 원인이라는 비판을 샀다.
양곡업계 관계자는 “쌀 관련 통계는 정부정책은 물론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신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가격 문제와 직결되는 작황조사가 보다 정교해져야 쌀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신문> 김상영 기자 | | 출처:농민신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