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보약

커리어 권태기 극복법

김성완의 블로그 2010. 9. 27. 09:45

권태기란 어느 날 갑자기 뚝하니 우울해지고 만사가 귀찮아지는 게 아니다. 자신에게 특별히 중요한 사람이나 일에 의해 힘들어졌는데 쉽게 털어내지 못한 채 갈등하는 상황에 빠지는 일이 잦아지면 권태기가 찾아온다. 가장 좋은 점은 우울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전에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다.

SOS 1 의도치 않은 사건 사고가 자꾸 터진다

계약 직전까지 갔던 프로젝트들이 자꾸 엎어지고 신뢰했던 업계 지인과 오해가 생겨 사이가 틀어지며 후배들과는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잦아져 제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등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사건 사고가 심심치 않게 터진다. 혼자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해결하는 데 전력을 쏟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이게 무슨 짓인가’ 싶고 허무하기만 하다. 당분간은 그림자처럼 조용히 잘리지 않을 정도로만 일을 해야겠다는 회의감이 쓰나미처럼 밀려든다.

 SOLUTION  ‘다 내 탓이오’ 자책하지 말아라

우선 사방팔방 뛰어다니기 전에 왜 이런 결과가 자꾸 반복되는지 차분히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거래처 사람들과 오해가 생겼다면 순전히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미스 커뮤니케이션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의 잘못인지, 내 잘못인지 등을 분명하게 구분 짓는 연습을 할 것. 여성들은 특히 지나치게 도덕적인 면이 강해서 현재의 잘못된 상황을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실 프로답지 못한 것이다. 잘못된 일은 책임의 소재와 한계를 명확히 하는 게 비즈니스의 룰이기 때문. 게다가 모든 걸 자신의 문제로만 환원시키다 보면 나중에는 제대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주변 모두가 당신의 잘못만 체크하는 것 같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자신감도 사그라든다. 앞으로는 수습을 위해 행동에 나서기 전 자신이 조정해야 할 일과 남이 해결해야 할 일에 선을 분명히 긋고, 당신의 잘못이지만 도저히 답이 안 나올 때 주변의 도움을 얻거나 멘토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 홀로 고군분투하면서 느낄 수 있는 외로움이나 고독감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SOS 2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직장 생활 10년차, 35세. 일도 재미있게 해왔고 현재 직장에도 딱히 불만은 없다. 하지만 마흔 이후를 그려보면 한숨만 나온다. 최고 위치를 꿈꾸기에는 조직의 성격이나 맡은 업무의 역학상 힘들 것 같고, 독립해서 나가자니 딱히 롤모델도 없다. 앞으로 1~2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가름 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 안에서 돌파구를 찾는 기간으로 삼을 것인가,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독립해 맷집을 기를 것인가. 고민만 하다 보니 점점 무기력해진다.

 SOLUTION  향후 10년을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가라

이제는 향후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계획하고 세팅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우선은 현재 자신의 손에 들린 패가 몇 개나 되는지 파악해볼 것. 그 패는 아주 현실적인 것이어야 한다. 업계가 칭송하는 업무 능력, 다양한 네트워크, 여유 자산 등. 하지만 이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완성된 게 없다면 지금은 준비가 덜 된 상태임을 인정해야 한다. 또 서른 중반이라면 더 이상 젊은 패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능력이 더 중요한 때이다. 지금은 능력만으로 보자면 아직은 1인 브랜드로 서기엔 완성된 상태가 아닐 수 있다. 일단은 지금의 길을 계속 가는 게 정답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일에만 빠져 있기보다 자신에게 부족한 패를 갖추는 쪽으로 시야를 넓히는 게 급선무다. 가능하다면 현재의 업무와 직위를 이용(?)해 빠진 패들을 채워 나가면 더욱 좋다. 앞으로 도움이 되겠다 싶은 인맥들을 일을 하면서 찾아나간다면 일석이조가 되기 때문. 그렇게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 앞에는 여러 가지 선택권들이 놓이게 된다. 그때 여유롭게 하나 골라 들면 된다.



SOS 3 상사와 코드가 안 맞아 못해먹겠다

얼마 전 강산이 바뀌어도 꿈쩍하지 않을 것 같은 상사가 바뀌었다. 그런데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던가. 새로운 팀장과는 모든 면에서 트러블만 생기는 것 같다. 사회생활 5년을 거치면서 일에도 자신감이 붙었고 조직 안팎으로 생존하는 법을 나름 체득했다고 자부했건만 상사 하나 바뀌니 모든 게 도로아미타불이 된 느낌. 무엇보다 상사와 ‘아 하면 아악~!’ 하는 사이가 되어가니 문제. 현재 스코어는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잦아지면서 업무 성취도와 의욕이 급저하된 상태다.

 SOLUTION  버텨라, 반전의 순간은 반드시 온다

결국 버티는 게 정답이다. 생각해보라. 바로 전 상사도 강산이 변하기도 전에 당신의 일상에서 로그아웃하지 않았나. 직속 상사와 당신이 물과 기름처럼 도저히 어울릴 수 없다면, 게다가 서로간에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 더 이상 가까워질 방법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게다가 이미 조직 내에서 상사와 코드가 맞는 좌청룡 우백호 같은 존재들이 생겼다면 당신이 뒤늦게 코드 좀 맞춰보겠다고 나서봤자 분위기만 썰렁해진다. 만약 윗사람이 바뀔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면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것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옮길 수도 없고 현재의 이곳이 업계의 베스트라면 일단 버텨야 한다. 영원히 버티는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튀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최대한 멋지게 만드는 기간으로 활용해볼 것. ‘떠나겠다’ 작정하고 일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정말 최악은 아무것도 안 된 상황에서 그만두는 것이다.



SOS 4 일 자체가 안 맞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직장 생활 3년차. 2년차까지만 해도 주어진 일을 해내느라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3년차에 접어들면서 늘 다급하게 돌아가는 업무가 느긋한 걸 즐기는 개인 성향과 너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일이 과연 장기적으로 비전이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다른 업종으로의 이직을 슬슬 알아보고 있으나 지금의 스펙으로는 연봉이나 근무 조건을 턱없이 낮춰야 하는 곳들뿐이다. 쉽게 옮길 수도 없고 현재 일에 만족할 수도 없는 붕 뜬 상황. 날이 갈수록 짜증과 불만만 늘고 있다.

 SOLUTION  업무의 스위치 기회를 노려라

일도 연애와 비슷하다. 힘들게 합격한 직장에 첫 출근한 날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지만 직장 생활 연차가 늘어나고 업무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슬그머니 딴 생각이 드는 것. 지금의 직장이 숨겨진 당신의 능력을 발휘하기엔 모자란 것만 같고 더 큰 능력을 발휘하거나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딘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곳으로 옮겨도 고민은 되풀이된다. 먼저 직장 생활 중 회의감이 들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분석해볼 것. 직장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섣불리 이직하는 것보다는 한 직장에서 꾸준히 경력을 쌓으면서 관심 분야를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홍보하는 게 낫다. 연차가 쌓이면서 분명 스위치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SOS 4 매사 자신감이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나름 열심히 프로젝트를 위해 뛰어다니고 괜찮은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그저 그렇다는 듯 미적지근하다. 회의 석상에서도 많은 것들을 제안하고 일을 벌이지만 가끔 너무 반응이 없을 때는 선배들보다 후배들 보기가 무안해 죽을 지경. 위축되는 기분에 하루 종일 기분이 나쁘고 다음 일을 시작할 때도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헷갈리거나 눈치를 보게 된다. 심각하게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이 일을 못할 것 같고 그저 우울하다.

 SOLUTION  노는 내공을 쌓아라, 단 하나만을 제시하라

자신감이 자꾸 다운되는 것은 평소 과도한 긴장 상태로 지내다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즉, 잘하려는 마음이 너무 앞서서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해졌거나 스스로 결과에 만족을 못하는 경우다. 이 경우 단기적인 해결책은 노는 내공을 좀 쌓아보는 것이다. 한 발짝 떨어져 자신을 들여다볼 여유를 가질 것. 일에만 매여 있던 긴장된 마음을 한 번씩 탁 풀어줘야 마른 샘에 물이 고이듯 새로운 에너지도 충전되고 안 보이던 것들도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장기적인 해결책은 긴장의 끈을 너무 조이지 않으면서 한편으론 단 한 가지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도, 보고서 하나를 작성할 때도 숨어 있던 1인치의 필살기를 보여준다는 기분으로 꼼꼼하게, 재치 있게 해보는 것이다. 이 기간만큼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보고나 면피용 제안 같은 것은 완전히 배제시켜야 한다. 스스로 진정 만족해야 자신감은 회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