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UPDATE: 미국 정부가 자산 1000억 달러 이상인 대형 은행 18곳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에 나섬에 따라 미 금융권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 테스트가 구제금융 투입이나 국유화 여부 등 금융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지난 10일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일관되고 현실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기준을 만들어 적용할 것이란 원칙만을 밝혔을 뿐 세부 사항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어떤 회계 기준을 적용하느냐다.
시장에서는 은행 자본건전성 평가 척도의 하나인 유형자기자본(TCE: Tangible Common Equity) 비율을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TCE보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이 만든 기본자본(Tier 1) 비율로 건전성을 평가해왔다. Tier 1은 6%만 넘으면 기준이 충족된다.
하지만 미 감독당국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면서 기본자본의 절반은 보통주여야 하는 TCE를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뚜렷한 자본 성격이 있는 보통주에 기초해 미래 재무구조를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한국경제, 2009.2.25.(이익원 특파원)>에서 발췌
유형자기자본(TCE: Tangible Common Equity) 비율은 보통주 중심의 자기자본(우선주 및 무형자산을 제외)을 총자산(무형자산 제외)으로 나눈 비율이다. 미국 금융당국이 지난해 자국 은행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당시, 이 비율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TCE 비율은 후순위채와 하이브리드채 등을 자기자본에서 제외한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의 자본 적정성을 판단하는 가장 보수적인 방식이며, 또한 자산별 위험 가중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단순한 방식이다.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은 BIS 자기자본 비율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미국이 TCE 비율을 활용하는 이유는 자산의 위험 가중치 등을 고려하지 않아 계산이 단순하므로, 공적자금 투입 여부를 결정하는 공통 잣대로 쓰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TCE 비율은 후순위채 같은 부채성 자본이나 매년 이자를 지급하는 상환우선주를 제외하고는 보통주라는 순수 자기자본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부실감내 능력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후순위채와 하이브리드채를 자기자본에 포함하는 BIS 비율보다 더욱 적절한 잣대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TCE 비율과 유사한 개념으로 단순자기자본 비율을 활용하고 있는데, 단순자기자본 비율은 ‘(자본총계-무형자산)/(실질총자산-무형자산)’으로 계산된다. 단순자기자본 비율은 자기자본에 우선주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TCE 비율과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들이 우선주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TCE 비율과 거의 동일한 잣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단순자기자본비율은 자산별 위험가중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TCE 비율과 유사하다.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원도 은행 자본적정성을 판단하는 보조 잣대로 단순자기자본(TCE) 비율을 활용하고 있다. 우량은행(1등급) 기준은 6% 이상이다. 2008년 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단순자기자본 비율은 6.23%인데, 우선주나 하이브리드채 발행이 활발했던 서구 은행들과 달리 우리 은행들은 보통주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TCE 비율 평균이 서구 은행들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 대책이 스트레스 테스트와 TCE 비율을 준거로 삼는 보수적이고 즉각적인 접근으로 대변된다면, 우리의 경우 그 대책은 자본확충펀드로 요약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차이는 금융기관의 부실 처리 등에 있어서 미국이 전면적인 개혁을 택한 반면, 우리 정부는 경기회복 시점까지 자본만 확충할 뿐 경영 등의 기타 문제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정책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의 상황이 외환위기 당시만큼 절박하지 않으며,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되어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지 않는 이상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정책당국의 판단에 기인한다.
또한 2008년 하반기 이후 국내 은행들의 자본 확충은 주로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 채권)의 발행 등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는 TCE 비율보다는 BIS 비율을 기준으로 삼는 우리의 금융감독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09년 하반기 국제은행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는 자기자본을 보통주 등의 핵심자본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금융규제 개편 방안 초안’을 발표하였으며, 이를 2012년 말까지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