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쌀 사료화·쌀 조기관세화 반대 부닥쳐 … 수출업체 물류비 지원 WTO규정따라 중단
농림수산식품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각종 쌀 정책에 잇따라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이로 인해 재고 및 수확기 대책 마련에 고심중인 농식품부는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우선 묵은쌀을 가축 사료로 쓰려던 농식품부 계획이 정치권과 농민·시민단체의 반대로 주춤하는 양상이다. 야당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묵은쌀 사료화 조치가 ‘땜질식 미봉책’이라며 농식품부에 연일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남는 쌀을 가축에게 줄 게 아니라 기초생활보호자와 결식아동을 위한 무상공급, 나아가 기아선상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에게 지원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청와대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사료화 계획을 일단 보류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농식품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연태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2005년산 쌀은 냄새가 많이 나 밥쌀로 사용할 수 없는데다 주정용·가공용 공급에도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쌀 관세화 시기를 앞당기려던 계획도 점점 흐지부지해지는 분위기다. 농식품부는 이미 지난해 조기관세화에 대한 입장을 정했다. 의무수입량이 해마다 2만t씩 늘어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세화 전제 조건으로 쌀 직불금 인상 및 제도개선 등을 요구하는 농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더이상 논의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중으로 두차례 정도의 지방 순회토론회를 통해 관세화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려던 계획이 점점 늦춰지고 있다. 내년에 관세화로 전환하려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에 관세율 등 관련 내용을 9월 말까진 통보해야 한다.
농업계 일각에서는 조기관세화에 대해 외교라인이 제동을 걸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외교라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미국 의회를 통화하기 전에 가급적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농식품부에 전달해 왔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음달 13일 경기 화성에서 관세화 토론회를 열고 농업계 의견을 한차례 더 수렴할 계획”이라며 “조기관세화 카드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쌀 수출 정책도 흔들리고 있다. 농식품부는 쌀 수출업체에 지원하던 물류비를 7월부터 중단했다. 이는 ‘쌀시장 관세화를 유예 받은 상황에서 수출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WTO 규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지적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지자체가 지원하는 물류비에 대해서도 중단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07년부터 쌀 수출업체에 전체 물류비의 15%를 보조하고 있으며, 지자체도 표준 물류비의 5~30%를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및 지자체 지원이 끊길 경우 지난해부터 활기를 보이는 쌀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쌀 수출량은 2008년 352t에서 2009년엔 4,109t으로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1,950t을 기록했다. 또 다른 농식품부 관계자는 “외교라인에서는 쌀 수출 자체를 허용하는 말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