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저 발을 보고 자극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이다. 한 주에 거의 10개의 토슈즈를 바꿔 신을 만큼 유명한 연습 벌레인 강수진의 발은 언제나 상처가 마를 날이 없다. 그녀는 독일 슈투트 가르탄 발레단의 유일한 종신단원으로 독일 현지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발레리나 이다. 그녀가 지난 1일 이화여대 무용과에서 주최한 2006년도 무용과 진로특강-"세계적 발레리나 강수진의 춤 세계" 에서 자신의 춤에 대해 이야기 했다. 강수진은 4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0대와 변함 없는 젊음과 활기찬 열정을 보여주었다. 다음은 강수진의 말이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에 애쓰지 말라.
많은 사람들이 동양인, 특히 한국인이기 때문에 발레를 할 때 신체적으로 떨어지는 면이 있지 않냐고 질문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 생각하기 나름이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콤플렉스가 생기게 되고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유학 온 사람들이 그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좀 넘어지고 약해 보여도 무엇인가 특별한 사람이 눈에 띈다. 더군다나 지금은 내가 유학을 갔을 당시(82년)보다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적응하기 훨씬 쉬워졌다
특히 발레에 있어서는 기술만 가지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없으면 표현이 나오질 않는다. 즉, 기술도 자신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개성, 성격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남과 비교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매일 매일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바빠서 남과 비교할 시간도 없다. 나는 근육 하나를 키우기 위해 엄청 많은 노력을 했다. 발레하는 학생들에게 말을 하자면 힘들다고 3일,5일 연습하고 쉬는 것은 무엇인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해서는 안 될 행위다. 나는 나를 혹평하는 편이기 때문인지 내가 세계적 발레리나가 될지는 몰랐다. 단지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면 후회를 못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어디서든지 듣고 배우려고 애쓰라.
나는 무엇이든지 들으려고 애를 썼다. 연습할 때도 배우지만 다른 분야의 것도, 심지어 의사소통하고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일들에서도 배우려고 애를 썼다. 내가 발견한 것은 하면 할수록 무엇이든지 성숙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기가 무엇을 가졌는지 모르는 사람이 매우 많은 것 같다. 그것은 억눌려서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전에 작품들을 대할 때 ‘내가 과연 이 작품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익힘으로써 해 낼 수 있었다.
지독한 연습벌레가 되어라, 그리고 그 역할에 빠져들어라.
한 작품을 할 때, 연습은 매우 중요하다. 가끔씩 3주 밖에 연습할 시간이 없고 무대에 올라갈 때도 있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무대에 서기 위해 화장 할 때부터가 아닌, 연습할 때부터 이미 내가 아니고 그 역이 되는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이미 줄리엣이 되어 있는 것이다. 변신을 다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발레를 사랑하는 것 같다. 발레는 내게 슬픔, 행복, 즐거움을 다 느끼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이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내가 한국 사람들에게 요청하는 바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화끈함을 연습에 투영시키고 그 열정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몇 십년을 발레를 했지만 늘 무대에 설 때마다 떨린다. 그러나 그 떨림이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발레는 다른 예술들 보다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죽을 때까지 하기 힘들다. 그래서 연습은 필수다. 나는 3시간만 자고 연습에 몰두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연습했고, 밤12시가 넘어도 연습실로 늘 향했다. 시간은 사람이 만든 개념 아닌가. 시간을 안 보면 시간 가는지도 모르겠더라. 나는 한번 쉬면 회복기가 더 길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상 당했을 때도 연습은 계속 되었다.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한이 아니면 계속 연습실로 향했다. 나는 우리 발레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지만 가장 오랫동안 깨어있는 사람이다. 물론, 부상 때문에 팔이나 다리를 들어올리지 못하거나 구부리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무대에 서서 흥분하면 내 몸의 아드레날린이 활성화 되었고 몸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게으른 사람은 무엇인가 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저 사람보다 부족하다’라는 사실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하면 안 된다. 하면 할수록 발전할 수 있다. 물론 재능도 중요하다. 그러나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연습이다. 같은 동작도 계속 해서 연습하면 다른 의미를 읽을 수도 있다.
늦어지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발레를 다른 사람들 보다 늦게 시작했다. 말 그대로 늦둥이인 셈이다. 요즘은 발레단에서 군무에서 바로 주역으로 올라가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군무에서 하프솔로, 솔로, 마돈나의 단계를 다 거쳤다. 즉, 주연이 되는데 7년이나 걸린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내가 늦었기에 감사하다. 요즘은 솔로가 되어도 못하면 다시 군무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나는 늦게 발레를 시작했지만 차근차근 밟아 갔기에 다시 내려가는 일이 없었다.
발레에 몰두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다는 강수진. 그녀는 앞으로 발레를 하는 후배들에게도 이 느낌을 전해주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밝히며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특강을 마쳤다. 백조의 움직임이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이는 이유는 알고 보면 수면 아래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발 안에 있는 것처럼, 발레리나 강수진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열정에서 꽃 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모 여대 무용과 특강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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