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오전내내 늘어지게 자다 얼굴만 대충 씻고 조용한 카페에서 멍 때리기가 취미라는 지인이 있다. 그때는 고개만 끄덕였지만 최근 신문기사를 보고 비로소 수긍이 간다.
22년 1월17일 미국 WP지에 의하면 "한국인은 치열한 경쟁과 팍팍한 근로환경으로 정신적인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 사람의 성인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더해져서 새로운 피난처로 아무것 도 하지 않는 멍 때리기(Hitting Mung)를 치유방법으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동일자 독일의 일간지 Kurier는 "소음공해로 인한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 한국의 멍 때리기는 복잡함과 소음에 벗어난 휴식으로 매우 가치가 있으며 서구사회로 건너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또 다른 한류의 유행을 예고하였다.
멍때리기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다'는 속어로 정신 나간 것처럼 한눈을 팔거나 넋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종류로는 불 멍, 파도 멍, 향 멍, 기차 멍, 책 멍 등 이름만 갖다 붙이면 될 정도로 다양하다. 또 편리하게 멍을 때리기 위해 빗소리, 파도소리, 장작불 타는 소리 등 백색소음을 미리 녹음하였다가 이를 들으면서 뇌를 휴식하는 백 멍도 있다. 요즘엔 이를 상업적으로 발전시켜 멍 때리는 카페가 도처에 성업중이다.
멍때리기 대회도 있다. 2014년도에서 제1회 대회를 대한민국에서 개최한 이후 중국, 네덜란드까지 진출하였으니 한류문화의 확산임이 틀림없다. 순위는 15분마다 심박수를 측정하여 그래프가 안정적인가를 보고 이에 현장 인기투표를 합산하여 정한다고 한다.
멍때리기는 피로한 눈에 휴식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한편 뇌가 마치 컴퓨터가 초기 설정 때와 같이 활성화되어 놀라운 창의력이 발현된다고 한다. 이러한 원리로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였고 뉴턴이 산책하던 중 우연히 사과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이다.
정신건강의 김원석 박사는 효과적인 멍때리기 방법으로
1)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의 전원을 끈다.
2)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찾는다.
3) 생각을 버리고 자연을 멀리 바라본다를 제시한다.
영국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오늘은 돗자리와 가벼운 담요하나를 챙기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한번 시도해보시기 바란다
주) 오스카 와일드 :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여자는 사랑받을 대상이지 이해돼야 할 대상은 아니다. 친구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등의 명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