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사업/농업인교육

황금들녘 농민 한숨소리로 덮이지 않게…<세계일보>

김성완의 블로그 2010. 10. 29. 09:42

오랜만에 가을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와 멀리 보이는 황금 들판이 정겹게 다가온다. 간간이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는 농민의 모습도 보인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황금빛 들녘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농민과 함께하는 농협에 근무하는 직업병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이맘 때가 되면 농민들의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어야 하지만 근심으로 가득하다. 벼농사를 주작목으로 하는 농민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농민들은 어렵게 피땀 흘려 벼농사를 짓지만 매년 떨어지는 쌀값 때문에 울상이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농민과 농협의 주요 관심사는 벼 수매가격이다. 2004년 쌀 협상 결과에 따라 의무 수입되는 최소시장접근물량(MMA)과 국민의 쌀 소비량 감소로 인한 잉여생산량이 매년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종헌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그렇다면 올해 쌀의 예상 생산량과 쌀값은 어떨까? 매우 궁금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이상기온현상으로 출수 및 개화기부터 알곡이 여무는 등숙기까지 장마와 잦은 비로 쭉정이가 많아졌다. 또한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비바람에 많이 쓰러지는 등 침수피해가 늘었으며,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한 병충해 피해도 증가해 벼 수확량은 틀림없이 떨어졌을 것이다.

쌀 재고가 매년 늘어나 쌀 막걸리와 떡 등 쌀식품 만들기의 갖가지 소비 촉진방안과 정부 차원의 8·31 쌀 수급 안정에 대한 대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올해처럼 농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기후변화 때문에 어느 해보다 어려운 영농환경이었던 것 같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쌀 예상 생산량(9월15일 기준)은 전년보다 11.6% 감소한 434만6000t이었으나, 9월 중순 이후에도 일조시간이 부족했고 병충해 및 백수 피해가 늘어 실제 쌀 생산량은 전년보다 12.9∼15.4% 감소한 415만7000∼428만2000t으로 시장공급 물량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한다.

또한 정부의 8·31 쌀 수급안정대책에 따라 올해 신곡 예상수요량(426만t)을 초과하는 8만6000t은 농협을 통해 시장격리하기로 하여 정부가 공공비축미와 동일한 방식으로 매입함에 따라 시장공급량은 전년 대비 8.3∼11.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쌀의 시장공급량이 전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전국 미곡종합처리장(RPC)의 2년 연속 경영 손실로 인한 선행학습 결과로 현행 쌀값 기준으로 벼를 매입하려는 성향과 올해 도정 수율이 떨어져 벼값을 적게 책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농민과 함께하는 농협인으로서 가을 들녘의 황금 벌판에 먹을거리가 진짜 황금같이 평가돼 농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종헌 농협안성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