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요약

매력DNA

김성완의 블로그 2010. 9. 9. 22:12

 

우리의 첫 출발은 매력이 아니라 성공이었다. 성공이라니! 이건 너무 심오한 주제 아닌가! 태초부터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논란이 있어 왔던가! SBS스페셜에서 방송될 다큐멘터리의 기획 방향을 듣는 순간, 고질병인 편두통이 시작됐다. 제작진은 철학적인 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실에 충실하기로 했고, 여러 성공학 이론들을 들춰보며 지내기를 일주일, 드디어 작은 실마리를 찾아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능력이나 성실한 자세, 운이 아니라 호감 즉, '끌림'이라고 했다. 다행히 우리 언어에는 이 '끌림'을 정의하는 명확한 단어가 있다. 바로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 매력이다. 대니얼 카너먼 교수 외에도 수많은 성공학자들이 성공의 조건으로 매력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증하듯 국내의 한 성공학 강의에서는 매력을 주제로 CEO를 위한 리더십 특강이 등장하기도 했다. "매력적인 경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에 이번 특강을 신청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CEO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야흐로 학벌이나 지능, 혹은 운이 아니라 매력이 있어야 성공하는 시대가 됐다.

성공의 조건으로 매력이 득세한 것은 권력형 리더십의 종말과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전체'보다는 '개인'을, '획일화'보다는 '다양성'을 점점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강하게 끌어당기는 리더보다는 스스로 다가오게 하는 리더가 더 필요해진 것이다. 이들이 내뿜는 매력은 자신의 신뢰도를 높여주고, 주변에 사람을 불러 모으고, 결국 성공에 이르게 한다.

매력의 힘은 개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1세기 들어 부상하고 있는 기업과 나라를 보면 대부분 매력을 높이기 위한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결국 매력적인 기업과 매력적인 나라에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모이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더글러스 맥그레이는 21세기 국가 경쟁력은 국민총매력지수(GNC)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했다. 어떤 강력한 무기보다도 코카콜라와 헐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에 미국의 힘을 전파시켰듯이, 국민총생산(GNP)을 대신해 국민총매력지수(GNC)가 한 나라를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때가 머지않은 시기에 올지 모른다.

그런데 성공의 문을 여는 최고의 열쇠로 매력을 집중 해부하기로 결정하면서 제작진은 또 한번의 시련을 맞았다. 생각해보라. 성공보다 더 실체가 모호한 매력이라니! 장르를 불문하고 방송쟁이들은 언제나 영상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부터 걱정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매력을 카메라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과학이라는 옷을 입혔다.

매력에 대한 여러 심리학적, 뇌과학적 연구를 취재하고 그 결과를 대표하는 사례자들과 전문가들을 직접 만났으며, 전문가와 함께 직접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 속에서도 난황은 계속됐다. 대부분의 연구와 이론들은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지만 다큐멘터리는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시선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의 조건인 '매력'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울리는 멋진 슈트를 입히기 위해, 수많은 이론들과 사례들을 검토하고 취사선택해서, 소매를 만들고 주름을 잡고 바짓단을 만들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이 일련의 과정들은 괴로운 작업이었다.

그 괴로운 시간을 다시 꺼내 정리하고 살을 덧붙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매력 DNA, 그들이 인기있는 이유』를 책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필자들은 흔쾌히 동의의 뜻을 표했다. 영상보다 자유로운 글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는 프로그램의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고, 시간상의 한계와 방송이라는 제약에 의해 다루지 못했던 내용들이 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