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토리엄(Moratorium)이란 라틴어로 ‘지체하다’란 뜻의 ‘morari’에서 파생된 말로, 대외 채무에 대한 지불유예를 지칭한다. 모라토리엄이란 채무상환의 연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개별 채무에 대한 불이행 선언인 디폴트(default)와 구별된다.
일반적으로는 경제혼란이나 금융위기 등으로 디폴트가 예상되는 경우, 정부가 나서서 대외적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빚을 일시적으로 재조정하는 작업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채무국은 외국계 채권금융기관과 협의해 빚을 탕감받거나 만기를 연장해 앞으로 채무상환 가능성을 높이게 되는 채무재조정(rescheduling) 과정을 거치게 된다.
모라토리엄의 대표적인 사례는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배상금 지불과 관련된 것으로, 당시 배상금은 1,320억 마르크라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당시 독일은 필요 자금의 대부분을 외국으로부터의 단기차입금으로 충당하여 연차적으로 분할 지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30년 나치스의 출현으로 독일정치 불안이 가중되면서 단기자본의 해외 유출이 격화되었고, 독일은행들이 연이어 도산하였다. 통화가치의 폭락과 금융시장의 혼란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자 1933년 독일정부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미국도 1931년 세계 대공황 시기에 후버 대통령이 유럽제국의 대미전채(對美戰債)에 대하여 1년의 지불유예를 선언하였다(후버 모라토리엄). 1980년대에 브라질 등 남미국가들은 외환위기에 직면하면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적이 있고, 1982년에는 멕시코가 3개월 동안 대외채무 지급유예를 선언하였는데, 멕시코의 모라토리엄은 1989년의 브래디 플랜(Brady Plan)을 통해 해결되었다. 또한 러시아는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로 주요 수출품인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폭락하면서 GDP도 급감하게 되어 1998년 해외채권에 대해 90일간의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모라토리엄 또는 디폴트 선언은 해당 국가의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 손실을 수반하게 된다. 2009년 들어서도 2월 중순 러시아를 비롯한 헝가리·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의 부채가 위험수위에 이르면서 대규모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동유럽에 대한 익스포저가 많은 서유럽 은행의 연쇄위기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