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이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외화예금 잔액은 312억5000만 달러로 사상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잔액은 지난 두 달간 특히 많이 늘었다. 6~7월 사이 증가액은 45억2000만 달러. 올들어 7월까지 총증가분 48억6000만 달러 수준과 맞먹는다.
지난 6월부터 공기업이 외화조달을 본격화한 영향이 가장 컸다. 올해 1~7월 사이에 발행된 공기업의 외화채권 규모는 총 40억5000만 달러인데 이중 33억9000만 달러가 6~7월에 발행됐다. 7월엔 일부 공기업들이 해외에서 정유관련 설비·가스도입과 해외발전소 지분매입을 위해 외화채권 발행을 집중하면서 외화잔액이 급증했다.
<머니투데이, 2009.8.13.(이새누리 기자)>에서 발췌
거주자 외화예금이란 통화금융기관 이외의 국내 거주자들이 외화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자기 외화예금 계좌에 예치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거주자에는 국내인이나 국내 기업은 물론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과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 등이 포함된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지칭하므로, 한국은행과 정부 보유의 외환을 의미하는 외환보유액(foreign reserves)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보면 거주자 외화예금은 수출입 거래나 외국 왕래가 빈번한 개인과 기업들의 대외결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동반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환율변동 및 향후 전망 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수출기업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은행에 매각하고 원화를 수취하게 되면, 은행은 달러자산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므로 매입초과 상태(over bought position)가 된다. 따라서 은행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보유 달러자산을 은행간 외환시장에서 매각하며, 이로 인해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늘어나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수출기업이 환율상승 등을 예상하여 달러를 은행에 매각하지 않고 거주자 외화예금의 형태로 금융기관에 예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수출대금으로 들어온 달러가 외환시장에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수출 증가 → 달러 유입 → 환율하락’의 경로가 작동하지 않는다. 요컨대 환율상승이 예상되는 경우 수출기업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의 원화 환전을 미루면서 외화예금에 예치하려 하게 되는 반면, 수입기업은 달러로의 환전을 서두름에 따라 외화예금의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수출입 거래가 빈번한 기업이나 개인들은 결제 수단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거주자 외화예금 계좌에 그대로 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① 환전수수료 부담 탈피, ② 원화 평가절하 위험 회피 등의 이유 때문이다. 단순히 환리스크 헤지 수단인 셈이다. 참고로 외국에 지사를 둔 대기업들은 외화의 상당부분을 해외 은행에 예치해두고 있다. 2008년 10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문제가 논란이 될 때, 기업들은 수입대금 결제를 미루고 달러를 모으거나 수출대금 입금을 미루고 거주자 외화예금을 그대로 두는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12월 말, 원/달러 환율(1259.5원)이 단기간에 급락하자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이 급증하면서 263.9억 달러에 달했다. 이후 1월 말 환율(1379.5원)이 상승세로 돌아섬에 따라 외화예금도 감소세(전월 대비 -3.5억 달러)로 돌아섰다. 또한 2월 들어서도 환율이 1534원까지 급등해 원화가 10.1%나 절하되자 외화예금은 빠르게 감소(전월 대비 -22.2억 달러)한 바 있다.
2009년 7월 말 기준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312.5억 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금년 5월까지는 대체로 전년 말 수준(263.9억 달러)을 유지하였으나, 6월 이후 공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을 통한 외화자금 조달이 본격화되면서 외화예금 예치 규모가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6월의 수출입차는 72.7억 달러로 월간규모로는 사상최대를 기록하는 등 최근들어 큰 폭의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거주자 외화예금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거주자 외화예금의 동향은 수출입 등의 대외 거래 규모뿐만 아니라 무역수지 흑자폭, 환율의 움직임 등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참고로 거주자 외화예금의 보유 주체를 보면, 2009년 7월 말 기준으로 기업이 전체의 91.1%를 점하고 있으며, 나머지 8.9%는 개인(개인사업자 포함)이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