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6개월간 밟아온 금리인하의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2%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9일부터 6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2%로 낮췄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시장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 금리가 떨어졌다”며 “일단 기준금리를 유지하되 그동안의 시책(금리인하)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해 경기하강이 예상보다 깊고 길어질 것”이라며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통화 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속도 조절을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금리인하 카드를 다시 뺄 수 있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2009.3.13.(김원배 기자)>에서 발췌
기업어음(CP: commercial paper)은 신용이 양호한 기업이 운전자금 등의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기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융통어음이다. 기업이 발행하는 어음은 자금 조달을 위한 융통어음과 상거래에 수반되는 진성어음으로 나뉘는데, CP는 융통어음에 해당한다.
기업이 발행하는 모든 융통어음이 CP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CP로 인정받아 금융시장에서 거래되기 위해서는 2곳 이상의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B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매매되는 CP는 신용등급이 A3 이상이다. 통상 CP 금리라고 할 때에는 2곳 이상의 신용평가기관에서 A3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은 91일 만기의 기업어음을 지칭한다.
우리나라의 CP시장은 1972년 8월 8·3조치에 의하여 사채자금을 제도금융권으로 흡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단기금융업법에 따라 한국투자금융 등 단기금융회사가 설립되면서 제도적인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이에 따라 설립된 단기금융회사는 CP의 할인 및 매출 업무를 취급하기 시작했으며, 1976년부터 종합금융회사도 동 업무를 취급하게 되었다. 1997년 8월에는 증권회사에 대해 CP 업무의 취급을 허용했으며, 동년 12월 외환위기 이후 부실종금회사의 퇴출로 인한 CP 할인기반의 위축을 보완하기 위해 은행신탁(1997.12), 여신전문회사(1998.1), 은행 및 투자신탁(1998.2), 보험사(1998.6) 등도 CP 할인 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은 금융기관을 통해 CP를 발행하며 금융기관은 다시 일반 고객들을 상대로 판매한다. CP는 발행 절차의 간소함과 탄력적인 금리 적용 이외에도 단기적인 자금 과부족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기업의 단기자금 조달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CP의 종류는 크게 무담보 CP, 보증 CP, 담보 CP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통상 CP로 불리는 것은 무담보 CP인데, 이는 순수하게 발행기업의 신용으로 발행된다. 보증 CP는 발행기업의 신용도가 부족하여 다른 회사가 상환을 보증하는 CP를 말하며, 담보 CP는 부동산 등의 담보를 근거로 발행되는 CP이다. 최근 부동산 PF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경우, 시행사가 추진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를 담보로 하고 있지만, 시공사의 보증을 통해 발행되기 때문에 보증 CP의 일종이다.
2008년 12월, 한국은행은 기업들의 단기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증권사를 통해 CP를 간접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힘입어 CP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기업의 자금 사정 개선에 큰 도움이 된 바 있다. 한국은행은 향후 신용경색이 심화될 경우 CP를 직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2009년 들어 자금시장의 전반적인 여건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으며, 2008년 말 6.4% 수준이었던 CP 금리는 2009년 12월 말 현재 3.07%에 그쳤다.
다른 한편 근래 공기업의 CP 발행 급증이 민간기업의 자금 수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공기업의 양호한 신용등급, 거의 제로에 가까운 부도 위험 등을 감안할 때, CP의 주요 인수자인 은행 입장에서 공기업 CP는 훌륭한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기업의 CP 발행 증가는 민간기업의 CP나 기타 회사채의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향후 공기업이 공사채 발행을 통해 CP를 비롯한 단기차입금 비중을 단기간에 크게 줄이지 않는다면 상당 부분의 CP 잔액을 만기연장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은행권은 신용 위험이 있는 민간기업보다는 공기업 CP의 인수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자금 조달 여건이 2008년 하반기에 비해서는 개선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신용등급 ‘BBB’급 이하 기업은 회사채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