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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가꾸기(19)

김성완의 블로그 2022. 2. 5. 01:47

 옛날 우리 조상은 100리 밖의 음식은 먹지도 말라고 했다. 이는 토양과 환경이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음식이 몸속에 들어와 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현명한 판단에서 나온 말이다. 요즘의 마스크처럼 전염병이 창궐하면 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시대에 할 수 있었던 최대의 방어책이었다.

   식품의 이동거리가 짧을수록 건강하고 더 신선한 식품을 먹게 된다.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도 같은 개념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뜻이다. 미국은 가장 큰 농산물수출국이면서도 미국사람들은 수입농산물의 생산과정을 신뢰하지 못하고 유기농 제품보다 운송 거리가 짧은 지역 농산물이 더 신선하고 안전하다고 믿고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재배된 토종식품만 소비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도시민들은 주말농장, 옥상, 베란다의 텃밭에서 농산물을 직접 조달할 수 있다. 텃밭을 가꾸면서 내가 심은 작물들이 무럭무럭 성장하는 것을 보면 재미도 있고 아이에게는 환경학습의 장을 제공한다. 초보자의 경우 10평만 심어도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양이 나온다. 포트모종은 심기도 편하고 실패 확률도 낮아 많이 이용한다. 

   상추, 쑥갓 등 잎채소 재배방법이다.

  1) 모종심기 2주 전에 퇴비를 뿌린 후 흙과 잘 섞이도록 삽으로 뒤집어 준 후 이랑을 만든다. 

  2) 잡초 방지를 위해 검정색 비닐을 씌운다(규모가 작을 경우 비닐을 씌우지 않고 그때그때 잡초를 제거해도 된다)

  3) 육묘상에서 상추 등 잎채류 모종을 사서 심고 포기 아래가 조금 높아지도록 흙을 모아주고 물을 흠뻑 준다. 

  4) 텃밭에 가끔 방문하여 포기사이가 좁을 경우 솎아주고 가뭄이면 수시로 물을 준다. 

  5) 이제 따 먹을 일만 남았다. 

   나는 집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주말농장에서 상추, 고추, 배추를 가꾸어 먹는다. 상추가 나올 시기에는 상추, 된장, 고추만으로 이세상에서 가장 건강하고 맛있는 밥을 먹는다. 상추를 따러 가는 기름값이 더 들지만 이 시기에는 먹는 즐거움에 외식도 하지 않는다. 같은 텃밭이어도 하우스 상추보다 야외에서 비바람을 맞은 상추가 훨씬 싱싱하고 오래간다.

  고추는 50주정도만 심으면 한 가족이 충분히 먹고 김장을 하고도 남는다. 만약 주말 농장을 한다면 김장할 고추는 꼭 심어보길 권한다. 힘들더라도 고추 농사를 직접 하는 이유이다.

   고추는 특히 병이 많아 생산하기까지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다. 농약을 하지 않으면 탄저병으로 수확량이 떨어지므로 3회차가 넘으면 농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저농약일지언정). 전염병 초기증세인 반점이 생긴 고추는 솎아내야 하고 고추를 씻을 때도 3번 이상 꼼꼼히 씻어야하고 고추꼭지도 따내야 한다. 고추를 그늘에 말리면서 물이 찼거나 상품성이 저하된 것(히나리라고 표현)은 건조하기 전에 골라야하며 건조 후에도 골라내야 한다. 내가 먹을 것이 아니면 이 귀찮은 과정을 다 할 수가 없다. 실제 내 옆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전업농은 상당한 과정을 생략하거나 간소화한다. 생산량을 늘리고 인건비를 줄이려면 어쩔수 없다고 고백한다.

   배추의 경우 한주에 100원하는 모종을 심고 물만 열심히 주면 어렵지 않게 속이 꽉차고 튼실한 배추를 수확할 수 있다. 80일동안 크는 속도를 눈으로 직접 볼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특히 농산물 가격이 턱도 없이 폭등할 때면 내가 직접 심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