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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영화 다시보기(4)

김성완의 블로그 2022. 1. 15. 20:26

   직업 중 고상하지만 가장 힘들면서 선택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영화감독이다. 시나리오, 연기, 촬영, 음악 등 예술의 다양한 장르에서 종합적 완성도를 극대화시키려면 피가 마르는 고뇌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영화감독을 존경한다. 그래서 어떤 영화도 2시간 정도를 투자하여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말과 배우의 말은 차이가 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인터뷰한 내용을 보며 새삼 느낀다. 감독이 영화를 보는 관점은 배우가 보는 관점보다 종합적이면서 세상을 보는 스펙트럼이 훨씬 넓다. 신의 영역에서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핵심적인 말로 여운이 있는 표현을 한다. 

   흔히 '나이를 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 고전영화는 내가 살아온 경험과 혹은 동경했던 기억들을 아름답게 포장해주는 즐거운 시간을 준다. 

   나는 외국영화보다는 한국영화를 더 좋아한다. 책도 그렇다. 내가 살아온 삶과 느낌이 비슷하여 스토리에 더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OST가 유명한 영화이다. 통상 OST가 좋으면 내용도좋고 대중이 선호하는 영화이다. 배경음악과 그 장면이 오버랩되어 감동이 배가되기 때문에 노래도 골라서 듣고 영화도 골라서 보는 편이다.

  나의 인생영화 4편을 꼽았다.

   첫째, 1952년에 개봉한 찰리채플린의 '라임라이트'이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대부분 희극이나 라임라이트는 희극의 요소를 바탕으로 멜로물이면서 비극이다. 찰리채플린의 연기는 연극적으로 과장되었지만 오히려 옛스럽고 자연스러워 좋고 나이 들수록 공감할 만한 명대사도 많다. 한 연인을 우연히 만나 사랑하고 그를 위해 헌신한다는 누구나 한번 경험했을 보편적인 내용에 재미를 가미했다. 다만 나이를 초월한 사랑과 몰락한 희극배우를 위해 마지막 공연을 선물해준다는 것이 좀 더 특별할 뿐이다. 영화 엔딩장면에 궁상을 떨고 싶지 않은 감성중년이라면 미리 눈물을 훔칠 휴지조각이라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OST는 너무나도 감미롭다. 원래 바이올린 곡이지만 나중에 기타로 편곡된 선율도 매우 아름다워 소싯적에 그 곡을 흉내내기 위해 클래식기타를 배웠던 적도 있었다.  

   둘째, 2019년에 개봉한 로맨스 뮤지컬 '라라 랜드'이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세련된 영상미와 OST 넘버들은 하나도 놓칠 수 없다. 이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빵빵한 오디오와 대형 화면, 선명한 화질을 욕심낼 수밖에 없다.

   첫 도입부에서 보여주는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의 광란의 춤 'Anotherday of sun', 4명의 친구들이 파티를 가면서 어울려 추는 신나지만 반전이 있는 댄스 'Someone in the crowd', LA 도시야경이 보이는 언덕에서 남녀 주인공의 노랑과 파랑색 색채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탭댄스, 영화 전반에 흐르는 'City of star', 'Mia & Sebastian's theme' 등 신나고 감미로운 춤과 음악이 젊은이들의 꿈, 도전, 좌절을 표현하는 영화 중간중간에 적절히 섞어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성공한 두 주인공이 재결합하는 해피엔딩을 예상했으나 결말은 반전이었다. 나의 바람과는 달리 감독은 내가 주지 못할 성공과 서로의 행복을 응원하는 아련한 눈빛을 더 보편적으로 생각했다는 여운이 계속 남는다.

   셋째, 2011년에 개봉한 황선미 작가의 창작동화를 영화화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극대화시켜 향후 스토리를 짐작할 수 없는 창의적인 전개가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관객을 긴장하게 한다. 재미와 감동과 깔끔한 영상이 압권이며 거기에다 교훈까지 준다.

   암탉이 새끼를 데리고 양계장을 탈출한 후 거친 야생에서 족제비에 맞서 청둥오리 새끼를 헌신적으로 키우고 목숨까지 희생한다는 어린이 동화가 원작이다. 아이들 이야기에 어른들까지 눈물을 짜게 하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감동적 스토리로 창작한 작가의 상상과 창의력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넷째, 1993년에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만 관객 영화이며 '우리 것이 좋은 것이고 세계적이다'라는 만고 불변의 진리를 남긴 영화, 아름다운 영화, 흑백으로 보아도 더 좋을 것 같은 영화이다. 그 후 세계적인 한류 붐을 일으킨 노래, 춤, 영화들은 가장 우리 것이면서도 세계인의 보편적 감성에 어필할 수 있는 것들을 모티브로 하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예술의 완성도를 위해 한을 심어주려고 자식의 눈을 멀게 한다는 내용을 공감할 정도로 나의 경험이 부족하지만 영상이 아름답고 노래도 배경음악도 좋다. 아버지와 딸이  진도아리랑을 주고 받으며 춤을 추고 내려오는 롱테이크 장면이 좋아 완도 청산도를 찾았던 젊은 날의 추억이 있는 영화이다.  

   고전영화가 지루하다면 로멘틱코미디물이나 디즈니영화도 좋다. 영화를보고 재미있고 즐거우면 그만이다. 

 

TIP)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웬만한 TV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는 빔프로젝트로 TV도 보고 영화도 본다. 대형 평면 TV보다는 화질은 떨어지지만 큰 화면과 사운드, 옛날 갬성 때문에 불편을 감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