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은 색의 조화를 중시합니다. 채 썬 음식을 담을 때도 무지개 색을 따라 돌려 담아야 보기도 좋고 음식 맛도 돋우지요.”
홍승 스님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수강생들 사이에선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채소만으로 이처럼 다양한 색과 맛을 낼 수 있다니 놀라워요”라고 박현옥씨(50)가 한마디 하자, 대구에서 왔다는 심혜순씨(49)는 “여기서 배운 걸 식구들에게 대접하면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며 맞장구를 쳤다.
가히 사찰음식 전성시대다. 사찰음식이 이제 조용한 산사를 벗어나 속가(俗家)로 깊숙이 내려왔다. 최근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면서 사찰음식이 ‘미래의 건강식’으로 각광 받고 있는 것.
사찰음식은 말 그대로 절에서 먹는 스님들의 음식을 말한다. 수행정진하는 스님들에 맞춰 만들어진 탓에 사찰음식은 자극성이 없고 부드러우며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육류나 해산물, 고기와 오신채(五辛菜·자극성이 있는 다섯가지 채소로 마늘·달래·무릇·부추·파를 가리킨다)를 넣지 않고 철저히 채식 위주로 꾸며진데다,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다 보니 건강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절에서 음식을 조리하는데는 청정(淸淨), 유연(柔軟), 여법(如法)이라는 3가지 원칙이 있었다고 한다. 육식은 물론 젓갈이나 파, 마늘 등 매운 채소를 사용하지 않는 깨끗함이 청정이요, 짜고 맵지 않게 조리하는 것이 유연함이다. 여기에 여법은 양념을 적게 고루 써서 재료의 맛을 살리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찰음식이야말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살리는 최고의 건강식이라는 게 홍승 스님의 말씀.
10여년 전부터 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힘써 온 홍승 스님은 “사찰음식은 약(藥)”이라고 잘라 말한다. 우리 몸에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은 것인데, 자연에 가까운 게 바로 사찰음식이라는 것.
“사찰음식은 자극적인 향신료와 조미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원재료의 담백한 맛을 가장 잘 살리는 음식입니다. 웰빙음식, 다이어트식, 슬로푸드를 말할 때 한가지로 귀결되는 게 바로 절밥인 사찰음식이죠. 그러니 잘못된 식생활 때문에 얻은 병은 사찰음식을 통해 고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바로 약상이거든요.”
홍승 스님이 사찰음식 전파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이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
홍승 스님, 그녀에게 사찰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다. “사찰음식을 통해 부처를 만난다”는 그녀는 사찰음식을 구도와 수행의 방편이자, 포교의 한 방법으로 삼고 있다.
“사람에겐 각자 맞는 수행법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참선수행에 정진하겠다고 생각해 출가했죠. 하지만 행자 시절부터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대접하면서 기쁨을 느꼈어요. 그 후 많은 사람에게 생명과 함께 즐거움까지 줄 수 있다면 이거야말로 가장 큰 보시가 아닐까 싶어 이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님이 권하는 건강법은 무엇일까. 소식(小食)과 채식. 채소 위주로 적게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고기를 끊을 수 없다면 대신 두부와 콩, 견과류 등을 충분히 활용하면 얼마든지 고른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는 게 스님의 이야기다.
경주=백연선, 사진=김병진 기자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