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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를 하면 조상의 입가에도 웃음이 가득

김성완의 블로그 2010. 9. 17. 11:53

 벌초를 하면 조상의 입가에도 웃음이 가득<세계일보>

 

어렸을 적에 낫을 사용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몇 대 선조인지도 모르는 조상의 묘에 벌초하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때에는 물론 예초기가 없었으니까 일일이 낫으로 풀을 베어 묘를 깨끗하게 정리해 두고 추석에는 온 가족이 함께 성묘를 하였다. 이제 한가위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벌초해야 할 때 그 의미를 되새겨 본다.

벌초(伐草)는 무덤의 풀을 베어 잔디를 잘 가꾸는 것을 뜻하며, 백중이 지나 처서가 되면 풀의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이때 벌초를 하면 비교적 오랫동안 산소를 깨끗이 보전할 수 있다. 추석에 성묘를 하기 위해선 추석 전에 반드시 벌초를 끝내야 한다.

비슷한 말로 금초(禁草), 사초(莎草)가 있다. 금초란 금화벌초(禁火伐草)의 줄인 말로 무덤에 불을 조심하고 때맞추어 풀을 베어 잔디를 잘 가꾼다는 의미이며, 사초란 봉분을 다시 높이거나 무너진 부분을 보수하여 잔디를 새로 입히는 일인데 주로 한식(寒食)날에 행해진다.

벌초에 관한 의미 있는 속담이 있는데 “의붓아비 묘 벌초하듯, 처삼촌 뫼에 벌초하듯, 외삼촌 산소에 벌초하듯” 등이 있는데 이는 ‘정성을 다하지 못하고 대충대충 일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일에 감사와 정성된 마음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를 벌초와 비유하여 표현한 것으로 보면 된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벌초를 안 하고 방치된 묘를 골총이라 하는데, 자손의 몰락을 의미하며 손가락질 대상이 된다고 한다. 또한 제주도에서는 추석 당일 차례에는 참석하지 못해도 벌초에는 반드시 참석하는 것이 오랜 풍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핵가족 시대에도 매년 20∼30% 정도 벌초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편하고 손쉬운 방법도 있지만, 금년 한가위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정성된 마음과 땀방울로 벌초를 하고 그간 소홀했던 대화와 정을 나누면 조상의 입가에도 웃음이 가득하지 않겠는가.

이환석·농협안성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