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값 급등 근본 대책은 온난화 해결
세계일보 칼럼 2010.09.10 (금)
김춘래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처서가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옛말이 있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처서 무렵이면 벼의 이삭이 패는 때이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충실히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옛말이 있다. 이는 모든 곡식 열매가 한창 알차게 맺히는 때, 즉 그 어느 때보다 따가운 햇볕과 선선한 바람을 듬뿍 받아야 할 곡식들이 비를 맞게 되면 열매가 제대로 여물지 못해 1년 농사를 망친다는 말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요즘 날씨가 이상해졌다. 계속해서 비가 오는 것도 모자라 10년 만에 가장 큰 태풍까지 지나가 큰 피해를 남겼다.
지구촌은 곳곳에서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러시아의 올해 곡물수출량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30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산물 작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밀 가격은 7월에는 전월 대비 42%가 상승하면서 51년 만에 가장 가파른 월간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밀과 쌀에 이어 옥수수 값도 1년 전보다 16%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겨울철 동해와 냉해, 여름철 폭염으로 농작물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대에 머물렀지만 마늘, 무, 배추, 수박 등 채소와 과일 가격이 급등해 신선식품지수는 전월 동기 대비 20%나 급등했다.
특히 마늘 값은 전년 대비 85% 올랐고, 배추는 35.9%, 무값은 126.6%나 폭등하여 신선채소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24.7% 상승했다.
얼마 있으면 추석인데 주부들은 장보기가 무섭다고 아우성이다. 문제는 신선식품의 공급 부족 현상이 올해만의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신선식품은 공산품과 달리 생산기간이 길기 때문에 작황이 나빠졌다고 곧바로 재수확이 안 된다.
더 큰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지구촌 전체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도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녹생성장의 동력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어쨌든 폭염 속에서도 가을은 찾아왔다. 들녘에는 수확을 하는 농부들의 손놀림이 바빠질 때이다. 늦었지만 앞으로는 따사로운 햇살만이 지속되어 풍년을 수확하는 농업인들과 장보는 주부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해지기를 기원해 본다.
[출처] 식량값 급등 근본 대책은 온난화 해결|작성자 핀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