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착한 마음을 불러일으켜 『大學』의 誠意章과 『中庸』의 誠身章을
벽에다 써붙이고 크게 용기를 내어 굳건히 딛고 서서 빠른 여울목에
배를 타고 올라가는 이치로 성의 공부에 힘써 나아감이 더욱더 좋을
것이다. 성의 공부는 모름지기 먼저 거짓말하지 않는 일부터 노력해야
한다. 한마디 거짓말하는 것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악하고 큰 죄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니 이것이 성의 공부로 들어가는 최초의 길목임
을 명심하거라. (P. 48)
○ 남의 도움을 바라지 말고 도와주라
마음속으로 남의 은혜를 받고자 하는 생각을 버린다면 저절로 마음이
평안하고 기분이 화평스러워져 하늘을 원망한다거나 사람을 원망하는
그런 병통은 사라질 것이다.
○ 여러 날 밥을 끓이지 못하고 있는 집이 있을 텐데 너희는 쌀되라도
퍼다가 꿂주림을 면하게 해주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눈이 쌓여 추워
쓰러져 있는 집에는 장작개비라도 나누어 주어 따뜻하게 해주고,
병들어 약을 먹어야 할 사람들에게 한푼의 돈이라도 쪼개서 약을 지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이 있는 집에는
때때로 찾아가 무릎꿇고 모시어 따뜻하고 공손한 마음으로 공경하여야
하고, 근심걱정에 싸여 있는 집에 가서는 얼굴빛을 달리하고 깜짝 놀란
눈빛으로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잘 처리할 방법을 함께 의논해야 하는
것인데 잘들 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 남이 어려울 때 자기는 은혜를 베풀지 않으면서 남이 먼저 은혜를
베풀어 주기만 바라는 것은 너희들이 지닌 그 오기 근성이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이후로는 평상시 일이 없을 때라도 항상 공손하고 화목하며 삼가고
자기 마음을 다하여, 다른 일가들의 환심을 얻는 일에 힘쓸 것이지 마음
속에 보답받을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라.
○ 뒷날 너희가 근심걱정할 일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이 보답해주지 않더라도
부디 원한을 품지 말 것이고 바로 미루어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분들이 마침 도울 수 없는 사정이 있거나 도와줄 힘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구나”라고 생각할 뿐, 가벼운 농담일망정
“나는 전번에 이리저리 해주었는데 저들은 이렇구나!”하는 소리를 입밖에
내뱉지 말아야 된다. 만약 이러한 말이 한번이라도 입밖에 나오면 지난날
쌓아놓은 공과 덕이 하루아침에 재가 바람에 날아가듯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PP.58~59)
○ 율곡과 같은 분은 어버이를 일찍 여의고 그 어려움을 참고 견디어 얼마
안 있어 마침내 지극한 道를 깨쳤다.
○ 세상에 비스듬히 드러눕고 옆으로 삐딱하게 서고,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경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얼굴 빛을 바르게 하는 것,
이 세가지 (動容貌, 出辭氣, 正顔色)가 학문을 하는데 있어 가장 우선적
으로 마음을 기울여야 할 곳이다.
○ 난폭하고 거만한 것을 멀리하고 어긋난 것을 멀리하고 미더움을 가까이
하라.
○ (立志)
학문을 하는 것은 꼭 물위로 배가 저어 올라가는 일과 같다.
물이 평탄한 곳에서는 그대로 가도 괜찮지만, 세찬 여울의 급류를 만나면
사공은 잠시라도 삿대를 느슨하게 잡아서는 안된다.
또한 힘을 주어 한 발짝도 늦추어서는 안되고 조금이라도 물러나면 배는
올라가지 못한다. (學問如 逆水 不進卽退)
○ 朱子가 말하는 집안을 다스리는 네 가지 근본
① 화합하여 잘 지내는 것(和順)은 집안을 질서있게 하는 일(齊家)의
근본이요,
② 부지런하고 검소한 것은 집안을 다스리는 (治家) 근본이요,
③ 독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요,
④ 원리를 따르는 것은 집안을 보호하는 (保家)근본이다.
○ 起家의 根本
뜻을 세우는 일, 공부하는 일, 나쁜 일을 버리고 좋은 일을 따르는 것,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것에서 책을 간수하는 일, 책을 베끼는 일,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일, 책을 아끼는 일에 관계되는 이야기 등.
○ 保家의 根本
陰德을 쌓고 성내는 일을 節制하는 것. 분수에 滿足하는 일,
곤궁한데 처해서도 느긋한 것, 일을 처리하는 것, 사물에 응대하는 것,
하늘이 부여한 운명을 즐거워 하는 것, 자신의 본분을 아는 것 등이나
사욕을 막고 天理를 따르는 것.
○ 사람은 집안에 和氣가 있도록 힘써야 한다. 일가 끼리 자리를 같이한다
거나 가끔 친한 손님이 찾아오면 기쁜 마음으로 맞아 대접하고 하룻밤
이라도 더 주무시고 가게하며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어야 한다.
만약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천천히 안부만 묻고 나서는 말도 않고
웃지도 아니하고 무뚝뚝하게 대하여 손님을 어색하게 만들어 손님이
일어나 가겠다고 하면 만류도 하지 않고 보내면서도 마루에도 내려서지
않는다면, 여러 사람이 상대해 주지 않을 것이며 필경 평생의 복을 망쳐
버리는 일이 될것이니 부디 깊이 조심하도록 해라.
○ 독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무릇 독서하는 도중에 의미를 모르는 글자를 만나면 그 때마다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하여 그 근본 뿌리를 파헤쳐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朱子의 격물(格物)
○ 격(格)이라는 뜻은, 가장 밑까지 완전히 다 알아낸다는 뜻이니 밑바닥
까지 알아내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 술 마시는 법도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데 있다. 소 물 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에는 적시지 않고 곧장 목구멍에다 탁 털어 넣는데 그들이
무슨 맛을 알겠느냐?. 술을 마시는 정취는 살짝 취하는데 있는 것인지
얼굴 빛이 홍당무처럼 붉어지고 구토를 해대고 잠에 곯아 떨어져 버린
다면 무슨 술 마시는 정취가 있겠느냐?.
요컨대 술 마시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병에 걸리기만 하면 폭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酒毒이 오장육부에 베어 들어가 하루 아침에 썩어 물크러
지면 온 몸이 무너지고 만다. 이거야 말로 크게 두려워할 일이다.
나라를 망하게 하고 가정을 파탄시키거나 흉패한 행동은 모두 술 때문
이었기에 옛날에는 뿔이 달린 술잔을 만들어 조금씩 마시게 하였고
더러 그러한 술잔을 쓰면서도 節酒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공자께서는
“뿔 달린 술잔이 뿔 달린 술잔 구실을 못하면 뿔 달린 술잔이라 하겠
는가!라고 탄식하였다.”
○ 초서(초書) : 책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 옮겨 씀
○ 1802년 겨울에 넷째 아들 농장이 4살로 요절했다는 기별을 듣고 느낀
정약용의 슬픔
- 간장을 후벼파는 슬픔이 북받치다
- 시어머니를, 고운 태도 부드러운 낯 빛으로 매사를 기쁘게 해 드려라.
시어머니가 쓸쓸해 하고 불편을 느끼면 낯 빛을 변치말고 더욱 정성
스런 마음으로 힘을 다하여 그 사랑을 얻도록 노력하여 마음에 조금의
틈도 없이 잘 화합하여 오래 오래 가면 자연히 믿음이 생겨 안방에서는
화평스러운 기운이 한 움큼 솟아날 것이니, 이렇게 되면 천지의 和應
을 얻어 닭이나 개나 채소나 과일까지도 탈없이 무럭 무럭 제 명대로
자랄 것이고 일마다 맺히는게 없어져 나 또한 임금의 은혜라도 입어
풀려서 돌아가게 될 것이다.
ㅇ 잗다 : 꽤 잘다, 아주 자질구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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