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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불균형

김성완의 블로그 2010. 7. 31. 19:32

서브프라임 사태 ― 자산가격 버블의 형성 및 붕괴 ― 를 발생시킨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이 문제는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될 수 있는데,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자산가격 상승(버블)이 풍부한 달러 유동성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러한 유동성의 과잉은 근본적으로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s)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은 주요 국가들 간의 경상수지 불균형, 즉 흑자국은 항상 흑자를 내고, 적자국은 항상 적자를 내는 현상을 지칭한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동시에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신흥국들의 무역흑자가 확대되어 왔는데, 이 과정에서 형성된 막대한 달러 유동성이 국제 금융시장을 통하여 글로벌 저금리와 자산가격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 FRB 의장인 버낸키(B. Bernanke)의 독일 분데스방크 강연(2007.9.11), “글로벌 불균형: 최근의 발전과 전망”(Global Imbalances: recent developments and prospects)은 이 문제에 대한 표준적인 시각을 잘 보여준다. 버낸키는 글로벌 불균형이 지속되는 원인, 즉 주요국들 간의 무역수지 불균형이 누적적으로 지속되는 원인을 국가들 간에 있어서 투자와 저축의 괴리에서 찾고 있다. 즉 미국 등은 저축보다 투자(및 소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돈이 부족했으며(경상수지 적자), 반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신흥국가들은 외환위기의 경험, 수출의존적 성장전략 등으로 인해 투자보다는 저축에 집중하였다(경상수지 흑자). 또한 고유가로 인해 중동 및 러시아에서도 달러 잔고가 급증하였다. 요컨대 신흥국들의 과잉저축(경상수지 흑자)으로 인해 글로벌 저축의 잉여(global saving glut)가 발생하였고 이것이 바로 글로벌 저금리-자산가격 상승을 뒷받침한 동력이 된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불균형의 해소는 어떻게 가능한가? 미국과 선진 공업국가들이 투자보다 저축을 늘리면 된다. 더불어 동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들은 저축을 줄이는 대신 소비와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한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완화를 위해서는 미국인들이 소비와 투자보다 저축을 늘려야 하고, 신흥국들은 저축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의존적 성장전략의 수정과 내수시장 육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리밸런싱(rebalancing)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힘들다. 미국의 과잉소비 조정은 미국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신흥국들의 대미수출 감소를 의미하며, 따라서 신흥국들은 내수 진작을 통해 과거의 저축 잉여(경상수지 흑자)를 해소해야 하는데, 내수시장의 육성을 통한 수출의존도 완화는 단시일내에 쉽게 달성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