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
후순위채란 채권 발행기업이 도산할 경우 변제순위에 있어 담보부사채나 무담보사채, 기타 은행대출채권 등의 일반사채보다는 뒤지나, 우선주나 보통주 등의 주식보다는 우선하는 채권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상환기간을 5년 이상의 장기로 하며, 변제순위도 채권들 중에서는 가장 늦다는 점 등으로 인해 발행기업의 자기자본으로 인정된다.
미국, 영국 등지에서는 은행의 자기자본 충실화를 위해 장기성 후순위채를 일정 범위 내에서 자기자본으로 산입시키는 것을 인정하고 있어 후순위채의 발행이 늘고 있다. 자기자본에 포함되는 후순위채의 특성상 채권발행으로 인한 부채비율 상승, 신용등급 하락 등의 부작용을 회피할 수 있어서 금융기관들은 일반 무담보채권과 후순위채의 발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은행감독 규정은 자기자본의 50% 범위 내에서 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액 전부를 자기자본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8%를 준거로 할 때, 후순위채 발행시 은행들의 대출여력은 후순위채 발행액의 12.5배만큼 늘어나게 된다.
후순위채는 변제순위가 늦은 대신에 투자자에게 높은 표면금리를 제시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따라서 은행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후순위채에 크게 의존할 경우 조달비용이 증가하여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08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불안이 심화되고 실물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BIS 비율이 하락함에 따라 국내은행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를 대거 발행하였다. 그런데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지난해 연말 고금리 후순위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에서 역마진이 발생하면서 은행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상환기간이 장기인 후순위채의 특성상 만기도래 이전에 발행기관에 콜 옵션(조기상환 청구권)이 부여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발행기관이 옵션을 행사하여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시중은행이 5년전에 발행한 외화 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의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해당 은행은 5년전 저금리로 발행한 후순위채를 상환하고 신규로 고금리 후순위채를 발행할 경우의 조달비용 증가를 회피하기 위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반적 관행과 어긋난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국내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CDS 프리미엄의 급등, 원/달러 환율의 상승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