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상대방위험
신용파생상품이 갖는 맹점은 복잡한 구조와 다단계 유동화로 신용위기 발생시 기초자산과 보장 책임자를 추적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부채담보부증권(CDO)은 1차 발행에서 끝나지 않고 이것의 2차, 3차 CDO가 발행되고, 신용부도스왑(CDS)도 초기 보장 매도자가 자신의 위험 회피 목적으로 다시 제3의 기관으로부터 보장을 매입하고, 이러한 과정이 중복되면서 출발점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한 금융회사의 부실 위험이 다음 기관으로 전이되는 거래 상대방 위험은 신용파생상품의 치명적인 덫이다. 실제 올해 초 미국 모노라인 보험사들이 붕괴되면서 이들과 CDS 거래를 맺은 금융회사들이 연쇄적으로 부실해졌다. 최근 미국 금융당국이 AIG에 대해 구제금융을 결정한 것도 AIG로부터 CDS 보장계약을 구입한 금융회사의 연쇄 파산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매일경제, 2008.9.20.(한재준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에서 발췌
거래 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은 장외파생상품 거래 상대방의 계약의무 불이행에 따른 위험으로, 일종의 신용 위험(credit risk)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거래 상대방의 부도 위험(default risk)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모든 시장 계약은 상대방의 계약 불이행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신용 위험(credit risk)이라고 불린다. 거래 상대방 위험도 상대방의 계약 불이행 위험을 지칭한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신용 위험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특히 파생상품 거래에서 상대방과 관련된 계약 불이행 위험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파생상품은 기초자산이나 금리, 지수 등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특히 장외파생상품은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거래 당사자 양방간의 사적 협상에 의해 거래되는데, 이러한 장외 거래(over the counter)의 당사자를 ‘거래 상대방(counterparty)’이라고 한다. 1980년대부터 파생상품 거래 증가로 거래 상대방 위험이 증대됨에 따라, 1990년대 초반 이후 G30, 바젤위원회에서 파생상품 위험 관리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장내파생상품은 거래소가 계약 이행을 보장하는 데 비해 장외파생상품은 계약의 이행을 거래 당사자 쌍방의 신용도에 의존하기 때문에 거래 상대방 위험이 크다. 또한 최근 은행 등에 비해 신용 위험이 높은 헤지펀드의 참여가 증가함에 따라 거래 상대방 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었다.
거래 상대방 위험은 일반적으로 거래 상대방의 시장, 유동성 위험 등으로부터 영향 받는다. 예를 들어 국내 은행이 달러 통화스왑(CRS) 거래시 환율이 급등하게 되면 국내 은행의 부도 가능성 증가로 거래 상대방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의 확산 과정에서 주목받은 바 있는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왑)는 본래 거래 상대방 위험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CDS 거래로 인해 CDS 계약 상대방의 계약 불이행 위험이라는 또 다른 거래 상대방 위험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CDS는 계약 불이행 등의 신용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신용등급이 낮은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신용등급이 높은 거래 상대방으로 이전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금융기관 등은 본래 금융 거래에서의 신용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투자은행 등으로부터 CDS를 매입하며, 이러한 신용 위험 이전 과정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CDS를 판매한 금융기관의 부도시 CDS 매입자는 기존에 이전했던 신용 위험에 다시 노출되게 된다. CDS 판매 금융기관이 다수의 거래 상대방과 계약했을 경우 이러한 거래 상대방 위험은 금융 시스템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2007년 피치(Fitch ratings)의 조사결과 CDS 거래가 많은 상위 10개 기관이 총거래의 89%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일부 대형 거래자의 위기 발발시 막대한 규모의 신용보증이 소멸할 위험이 있으며, 또한 이로 인해 보증의 재설정을 위한 수요가 폭증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3월 중순 베어스턴스 파산시 거래 상대방 위험이 급증한 바 있다. 이러한 위험의 감소를 위해 2009년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2012년까지 표준화된 장외파생상품을 중앙청산소를 통해 청산하는 등의 국제적 규제강화에 합의했다.
장외 거래(Over-the-counter) 주식, 채권, 상품선물, 파생금융상품과 같은 투자자산을 거래소(exchange)를 거치지 않고 양 당사자가 직접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