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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재정거래

김성완의 블로그 2010. 7. 31. 19:05

일부 유럽계 은행 국내 지점의 유가증권 운용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벨이 39개 외국은행 국내 지점(이하 외은지점)의 올해 1~3분기 실적을 전수 조사한 결과, 9월 말 현재 외은지점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 규모는 48조9863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1조6650억원 가량 감소했다.

보유 증권별로는 통안증권이 27조413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채가 15조684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회사채는 2조7490억원, 외화표시증권은 3조5080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안증권 보유가 많은 것은 FX스왑 등과 연계된 금리 재정거래에 주로 통안채를 활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머니투데이, 2009.12.15.(황은재 기자)>에서 발췌


일반적으로 재정거래는 시장간의 상대적 가격 차이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거래를 말한다. 동일한 물건이 두 시장에서 서로 다른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시장에서 매수하고,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시장에서 매도하여 이익을 취할 수 있다. 금리를 돈의 가격이라고 할 때,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서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자산에 투자하면 양국간 금리차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금리재정거래이다. 그러나 국가간 돈의 이동은 환율의 변동 위험을 수반하므로, 무위험 차익거래로서의 금리재정거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환위험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스왑시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금리재정거래는 국가간 금리 차이를 이용한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는 환위험을 헤지한 후의 국내 채권 투자 수익률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의 조달비용을 상회할 때 발생하며, 통상 환위험 헤지를 위해서는 국내 외환스왑(FX swap) 시장 또는 통화스왑(currency swap) 시장을 이용하게 된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조달한 달러를 외환/통화스왑 거래를 통해 원화로 교환하고 이를 국내 채권에 투자한 후 만기 시점에서 다시 달러를 매입·교환하여 차입금을 상환하게 되는데, 이때 국내 채권금리에서 달러 차입금리와 스왑거래비용(스왑레이트, CRS 금리)을 차감한 만큼을 차익으로 획득하게 된다.
금리재정거래의 차익은 국내 채권금리와 달러 조달금리의 차이, 그리고 스왑거래비용에 의해 결정되며, 스왑거래비용은 외화자금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기 때문에, 결국 금리재정거래 기회는 국내외 금리차와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 여건에 따라 발생·소멸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국가간 자본 이동이 자유롭고 위험 수준의 차이가 없는 경우, 국내외 금리 차이와 스왑거래비용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며(균형), 일시적으로 차이가 생길 경우에는 차익 거래가 발생함에 따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2007년 하반기 이후 국내외 금리차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조선업체와 해외 증권 투자자 등의 대규모 선물환 매도와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외화조달 여건 악화로 CRS 금리가 급락하는 등 스왑비용도 하락함에 따라, 금리재정거래의 유인이 증가하여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었다. 2007년 6월 말 외국인들의 상장채권 보유잔액은 8.3조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1년 후인 2008년 6월 말에는 50.8조원 수준으로 급증한 바 있다.

한편 2008년 하반기들어서도 CRS 금리가 급락함에 따라 스왑거래비용이 낮아지면서 금리재정거래 유인이 크게 증가했으나, 2008년 7월부터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는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10월 이후 순매도 규모는 4.9조에 달했다. 금리재정거래의 유인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오히려 감소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유동성 부족 및 한국의 국가 리스크 증가에 기인한다. 재정거래 기회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감소함에 따라,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9년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CRS 금리 하락으로 재정거래 기회가 확대됨에 따라 52조원에 달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