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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와 디레버리지

김성완의 블로그 2010. 7. 31. 18:56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9년 말 191조원이던 가계 대출 규모는 2006년 초에 500조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말 648조원에 이어 지난 3분기 675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10년 새 253% 급증한 것이다. 조만간 국내총생산(GDP)의 70%인 7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기준금리가 현재 2%에서 내년에 3%로 높아져 대출금리도 같은 수준만큼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연간 가계 이자부담이 7조원가량 늘어난다. 가계 저축률을 높이면서 과도한 가계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급증한 정부와 공기업 부채도 부담을 주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부채를 줄여나가는 디레버리지(De-leverage)에 나서는 동안 한국은 부실기업과 금융회사에 채무 재연장 등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리레버리지(Re-leverage) 조치를 취했다.

<매일경제, 2009.12.7.(이진우 기자 外)>에서 발췌


레버리지는 일반적으로 차입금이나 부채를 조달하는 것을 의미하며, 기업이 자본을 조달할 때 부채(타인자본)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나타내는 부채 의존도를 지칭하기도 한다. 레버리지 비율은 ‘자기자본에 대한 부채비율(부채/자본)’ 또는 ‘총자산에 대한 부채의 비율(부채/총자산)’로 표시된다.

기업의 이익이 동일할 경우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기업의 자기자본이익율(ROE)이 필요자금을 자기자본으로만 조달한 기업보다 더 크기(ROE=순이익/자기자본) 때문에,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기업은 이익이 동일해도 자기자본이익률이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자산으로부터 얻는 이익이 부채에 대한 이자보다 클 경우(총자산이익률(ROA) 좱 이자 비용), 기업은 부채를 조달하여 자기자본이익률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금리가 낮을수록 레버리지에 대한 유인이 증가하게 된다.

자산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이 이자 비용보다 적은 경우에 차입을 통한 자산 투자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주택가격 상승을 예상하여 비교적 소액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은행 대출을 활용하여 전세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구입하는 것도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투자은행 등의 금융기관들이 선물(futures) 등과 같은 파생상품에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증거금)으로 투자하는 것 역시 레버리지가 큰 투자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기관과 일반 경제 주체들의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레버리지는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말 우리 감독당국은 은행의 BIS 자기자본 비율을 12%까지 올릴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BIS 자기자본 비율이 은행의 (대출)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8.3배(BIS 비율의 역수)까지의 레버리지 활용을 허용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