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순환표
기업들이 은행 등에 현금을 쌓아놓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투명해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09년 3분기 중 국내 자금 순환 동향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민간 기업들의 장기저축성예금(예치기간 1년 이상)은 총 103조7638억원으로 지난해 9월의 78조9233억원보다 31.5%(24조8405억원) 늘었다. 또 결제 및 단기 저축성 예금도 9월 말 기준 141조7029억원으로 역시 1년 전의 114조856억원보다 24.2%(27조6173억원) 늘었다. 이는 증가율과 증가 금액면에서 모두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최고치다.
반면 투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국민소득 통계에서 올해 1~9월까지 기업 설비투자액은 68조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1조1428억원)보다 4.4% 줄어들었다. 기업 설비투자액이 줄어든 것은 2002년 이후 7년 만이다.
<조선일보, 2009.12.21.(정철환 기자)>에서 발췌
자금순환표는 실물활동과 금융활동을 연결시켜 기업, 개인, 정부 등 각 경제 주체가 어떤 경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하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한 통계표이다. 자금순환표는 1952년 미국의 코플랜드 교수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1965년부터 매분기 자금순환표를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한 국민경제 내 자금의 흐름은 재화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실물활동에 수반되는 산업적 유통(industrial circulation)과 은행에 예금을 하거나 증권에 투자하는 금융활동에 수반되는 금융적 유통(financial circulation)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금순환표는 실물거래에서의 각 주체별 자금 과부족이 금융거래를 통해 어떻게 조달되고 운용되는가를 나타내고 있으며, 또한 금융시장 내에서의 자금 흐름 및 국외 부문과의 금융거래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자금순환표는 경제 주체를 금융, 정부, 기업, 개인, 국외로 구분하며, 이들 경제 주체들이 일정 시점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부채 잔액을 표시하는 금융자산부채잔액표와 일정기간 중 자금의 흐름을 나타내는 금융거래표 및 거래 요인 이외의 금융자산·부채 잔액 변동을 나타내는 거래외증감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02년부터 자금순환표의 작성에서 ‘93SNA’라는 새로운 집계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산업은행을 은행에 넣는 등 금융 부분 기관 분류를 바꾸고 파생금융상품을 별도의 금융자산으로 분류하는 등 상품 관련 분류가 바뀐 것이다. 또한 금융자산의 평가에서도 주식과 채권 등의 가치를 기존의 장부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2009년 3/4분기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9월 말 총 금융자산 잔액은 9513.2조원으로 전분기말보다 2.9% 증가, 전년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이는 2005년 이후 줄곧 10% 이상의 증가세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크게 둔화된 것이다. 개인 부문의 경우 금융자산은 전년동기 대비 203.8조원 증가한 1917.5조원, 금융부채는 전년동기 대비 39.2조원 증가한 836.8조원을 기록하여 금융자산/부채비율은 전년동기의 2.14배에서 2.29배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금융부채 증가세 둔화(전분기대비 2.2%→2.2%)에도 불구하고 주가상승 으로 인해 금융자산이 증가(△1.3%→4.8%)한 것에 기인한다. 또한 개인 부문의 금융자산 구성 내역을 보면, 예금의 비중은 소폭 하락(44.9%→44.5%)한 반면 주식 비중은 상승(16.4%→17.4%)했다.
기업 부문의 금융자산 잔액은 965.2조원, 금융부채 잔액은 1299.4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각각 5.2%, 1.1%를 기록했다.
이와 같이 자금순환표는 경제 부문별 자금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므로 경제 주체들의 자금 조달·운용 패턴 등 금융 행태는 물론, 일국의 금융구조 분석에 유용한 자료로 이용되고 있다.
93 SNA UN과 OECD 등 국제기구는 93 국민계정시스템(SNA: System of National Accounts)을 마련해 연쇄가중법을 이용한 실질 GDP 추계를 권고하고 있다. 93 SNA는 GDP 등 국민계정 편제에 관한 국제 매뉴얼로 2008년 2월에 개정됐다. 개정판에서는 현실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연쇄지수(chain index)에 의한 물량 및 가격 측정치의 편제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