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단골양념, 마늘

김성완의 블로그 2010. 7. 28. 11:08

마늘에 관한 기록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일 것이다. 마늘과 쑥을 먹고 여인이 된 곰과 하늘의 아들인 환웅 사이에 태어난 우리시조 단군에 관한 신화는 더욱이 우리 민족과 마늘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마늘은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쌓아올린 노동자들에게 배급한 채소로도 유명하다. 기원전 축조된 이집트 피라미드 벽면의 기록에 따르면 피라미드 축조에 동원된 노예들에게 나눠준 마늘의 양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 당시 노예들은 스태미나를 올리기 위해 마늘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마늘은 강한 맛과 특수한 냄새 때문에 훈채라 하며, 예부터 파, 부추 등과 더불어 정력에 좋다고 알려져 수험생이나 스님들에게 금기된 음식이기도 했다.

마늘은 한약재로 대산(大蒜)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허준 선생이 지은 『동의보감』에서는 마늘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장을 튼튼하게 하므로 식욕이 떨어지거나 속이 차서 복통 설사가 있을 때 좋으며, 종양을 없애고 복통이나 급체, 토사곽란을 다스린다고 기록하고 있다. 명나라 이시진이 집대성한 『본초강목』이라는 책에서는 장을 튼튼하게 하며, 식욕을 좋게 하고, 변비를 치료하며, 몸을 따듯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고, 신경통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예로부터 강장식품과 건강증진식품으로 알려진 마늘은 체력을 증강시키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여 신체 면역기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마늘을 많이 소비하는 지역에 장수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사실에 미루어 마늘의 성분이 장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마늘의 독특한 냄새를 만드는 성분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여 피로를 풀고 뇌신경계통을 활성화하며 신체 노화도 상당부분 억제시켜 노인성치매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마늘을 갈 때 보이는 끈끈한 액즙은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를 떨어뜨리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뇌졸중 발생위험을 줄인다. 한편, 식품 내 발암물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진 마늘은 항암 식품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늘을 날것으로 먹으면 심혈관계에 좋아 고혈압, 동맥경화 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구워먹으면 소화기능이나 식욕을 촉진하며, 간장이나 된장에 재워먹으면 생식기계통의 기능이 떨어질 때나 아랫배가 찬 증상을 보일 때 좋다. 우리 조상들은 마늘의 이런 강한 성미를 잘 이용하여 국에는 다져 넣고, 김치에도 썰어 넣고, 간장에 담가 먹기도 하는 등 음식에 적절히 사용하여 효과와 맛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보양식품으로 알려진 삼계탕이나 보신탕, 고기를 구워먹을 때 먹는 마늘과 같은 음식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몸이 뜨거운 사람이 먹으면 열을 돋우게 된다. 건강 과 장수, 정력을 위해서는 마늘을 살짝 익히거나 꿀에 재워 하루에 두 쪽씩 먹으면 좋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몸에 해가 되기도 하는데, 공복에 많이 먹으면 위벽을 자극해 속 쓰림을 유발할 수 있고, 열성식품인 개고기 등과 더불어 많이 먹게 되면 열이 너무 많아져서 가슴이 답답하고 시력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노약자나 위염, 위궤양 환자가 복용할 때에는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 글 :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장
- 사진 : 홍상돈(A1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