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레저

쌀,보리,밀

김성완의 블로그 2010. 7. 28. 11:04

곡물은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의 원천이다. 식문화는 주식의 종류에 따라서 쌀 주식 문화권, 밀 주식 문화권, 옥수수 주식 문화권, 서류(감자) 주식 문화권으로 나눈다. 이것은 기후에 따라서 혹은 토양에 따라서 재배 가능한 곡물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곡물이 이처럼 식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곡물에 ‘탄수화물’이라는 에너지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주식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곡물은 탄수화물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또 다른 조건으로는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고, 독성이 거의 없어서 매일 먹어도 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생명줄이자 주식으로 사용되는 쌀은 그저 한 가지 식품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요즘에는 건강을 위해 현미밥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지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흰 쌀밥 한 그릇이 풍요의 상징이었던 때도 있었다. 과연 흰쌀밥과 현미밥 중 뭘 먹는 게 좋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흰쌀밥보다는 현미밥이나 잡곡밥이 건강에 좋다고 알고 있다.

사실 일반적으로는 크게 틀린 얘기도 아니다. 흰쌀밥에는 전분 이외에 다른 영양소들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현미밥에는 여러 가지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비교적 골고루 들어있기 때문. 게다가 요즘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식이 섬유소가 풍부하게 들어있는 게 현미밥의 장점이다. 그러나 식이 섬유소가 모든 사람에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체로 식이 섬유소는 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가스를 형성하게 된다.

곡류 중 최고의 식이섬유소 함량을 자랑하는 보리밥이 지독한 방귀를 유발하는 것도 바로 식이섬유소 소화불량 때문이다. 즉 보리에는 다른 곡류보다 식이섬유소가 많기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되는 단점이 있지만 적당히 쌀과 섞어 먹으면 혈중 지질을 낮추고 혈당을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보리의 식이섬유소는 장운동을 활성화시켜주어 이완성변비환자에게 좋은 식품이다.

요즘에야 수입밀이 넘쳐 오히려 쌀보다 더 값싼 게 밀가루가 되었지만, 예전 우리 나라에서는 밀이 꽤 귀한 곡물에 속했다. ‘동의보감’에서 밀은 식중독, 황달, 발의 물집, 부스럼, 임질, 종기의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밀이 생체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 최근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어 우리밀이 신체 면역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우리밀의 면역증진효과는 밀의 종류에 따라서 약간씩 다른 결과를 나타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수입 밀에 비해서 유의적으로 높은 대식세포활성을 나타내어 신체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사라져 가는 우리 밀을 꼭 지켜 내야 하는 이유다.

보릿고개가 옛 이야기라고는 하나 아직도 이 사회의 어두운 한 구석에서는 돈이 없어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이웃들이 있다. 한편에서는 너무 많이 먹어서 비만이 걱정이고 또 버려진 음식쓰레기가 온 국토를 오염시키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바닥난 쌀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보릿고개를 맞아 몸에 좋은 우리 곡물로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챙길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잘 사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물질의 풍요보다 마음의 풍요가 더 진정한 풍요다.

- 글 : 이미숙 서울여자대학교 초빙교수
- 사진 : 홍상돈(A1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