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사업/농업인교육

선물환

김성완의 블로그 2010. 7. 31. 18:32

우리나라의 경우 선물환 거래는 수출기업들의 대규모 선물환 매도와 그로 인한 현물환율의 변동성 확대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글로벌 달러 약세와 경상수지 흑자 등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은 2008년 초까지 수년간 하락세를 지속했다. 환율하락은 수출기업들의 환차손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이를 헤지하기 위한 달러 선물환 매도가 대규모로 진행되어왔다. 수출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출 일정에 맞추어 미리 선물환을 매도해놓으면, 수출대금으로 입금된 달러를 원화로 교환할 때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되어왔으며, 2008년 9월 말 기준 선물환 매도잔액은 938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가 활발한 것은 신규 수주부터 최종 선박 인도까지 2∼3년의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해당 기간 동안 환율변동으로 인한 환위험이 더욱 큰 것에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수출기업으로부터 선물환을 매수한 국내 은행은 자신의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동시에 외국 은행(국내 지점)으로부터 달러를 차입하여 외환시장에서 매도하게 된다. 따라서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는 국내 외환시장으로의 달러 유입을 증가시키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여왔다.

또한 국내 은행은 달러 차입 및 매도를 통해 수취한 원화를 국내 채권 투자 등으로 운용하며 이자 수입을 얻는다. 이로 인해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는 달러뿐만 아니라 원화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은행의 외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2008년 상반기부터 2009년 초까지 우리 외환시장의 핵심 이슈가 되었던 은행권의 단기외채 문제는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되었던 2006∼07년 국내 기업의 선물환 순매도는 1211억 달러에 달했다. 이로 인해 2005년 말 650억 달러에 불과했던 국내 은행권의 단기외채는 2년 후인 2007년 말 1600억 달러로 2년 동안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선물환 만기가 도래하면 이상의 모든 요인들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수출기업은 수출대금으로 달러를 받아 선물환 거래를 청산하며, 국내 은행은 이 달러를 외국 은행에 상환한다(동시에 외채도 감소한다). 따라서 선물환 거래는 미래에 수출기업이 받을 달러를 미리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선물환 매도 시점에서 국내에 달러 및 원화 유동성이 미리 공급되기 때문에, 추후 선물환 만기 시점에서는 장부상의 거래만 이루어질 뿐 실제로 국내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는 달러는 없는 셈이다.

2008년 하반기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 전환, 수출업체의 수주 둔화 등으로 신규 선물환 매도가 감소하고 기존 매도분의 청산이 주로 진행되면서, 선물환 거래가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바 있다. 예컨대 2008년 10월 무역수지는 12.2억 달러로 두 자리 수의 흑자를 나타냈는데, 전체 수출 중에서 선박 수출은 41.7억 달러를 차지했다. 그런데 선박 수출대금의 50%가 선물환 매도를 통해 헤지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선박 수출에 따른 달러 순유입액은 41.7억 달러의 절반인 20.9억 달러에 그친다. 따라서 장부상의 무역수지는 12.2억 달러 흑자이지만, 실질적인 달러 유입액 기준으로는 8.7억 달러 적자가 된다.

또한 이러한 선물환 거래의 특성뿐만 아니라 거래 과정에서 은행들의 행태도 2008년 하반기 달러 유동성 부족과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바 있다. 수출업체로부터 선물환을 매수한 은행들이 자신들의 외화 포지션을 중립으로 만들기 위해서 외화를 차입하여 매도하게 되는데, 외화 차입의 이자 비용 절감을 위해 선물환의 만기와 일치시키지 않고 훨씬 단기로 차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제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에는 단기차입한 외화의 롤오버에 문제가 없으나, 2008년 하반기와 같이 극심한 신용경색 상황에서는 롤오버에 문제가 생기면서 외화 유동성의 부족 현상이 심화되었던 것이다.

다른 한편, 수출업체뿐만 아니라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들도 선물환 매도를 통해 환위험을 헤지하고 있다(통상 투자금액의 80% 내외). 그런데 글로벌 주가하락으로 해외펀드의 순자산가치(Net Asset Value)가 감소함에 따라 오버헤지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자산운용사들의 선물환 매도 청산 수요도 원/달러 환율의 또 다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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